SK, LG화학, 대한유화 등 국내 10개 석유화학업체들이 11년간 제품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10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중 5개사는 검찰에 고발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2001년 군납유류 입찰담합(1211억원), 2005년 KT 등 전화사업자 제재(1152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는 과징금 규모가 과연 적정한지 벌써부터 논란(論難)에 휩싸이고 있다.

관련업체들은 과징금 규모가 실제 행위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 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상이 된 것은 일부 품목임에도 전체 제품군으로 확대했고, 최근 몇 년간의 기준을 가지고 지난 11년간 일률적으로 적용해 버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정위가 일부 품목 매출에 대한 재산정을 토대로 과징금을 조정하겠다고 추가방침을 밝힌 것을 보면 이런 업계의 불만이 전혀 근거없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담합행위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부당한 담합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가 갔다면 처벌 받아 마땅한 일이다. 문제는 담합의 전후 사정을 감안하고, 과징금도 합리적으로 책정해야지 무조건 큰 과징금을 때리고 보자는 식이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결과적으로 공정위 권위만 실추시키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제재가 법원에 가서는 부당하거나 과도하다는 판결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공정위 스스로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와 관련하여 곧 태스크포스를 구성, 보다 정밀하고 예측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렇다면 파장이 적지 않을 이번 사건의 경우 더욱 더 신중하게 과징금을 산정했어야 옳았다.

이번 사건에서 업계가 억울해 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과당 경쟁 등을 감안한 소관 부처의 직·간접적 행정지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이를 감안해 과징금을 일부 경감(輕減)해 주었다고 하지만 행정지도의 영향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는 다분히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업계가 구조조정 중이었다는 특수한 상황도 충분히 감안했어야 했다고 본다.

다시 강조하지만 무조건 과징금을 크게 때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정에 중점을 둔다면 행정지도 등 근원적인 문제점을 깨끗이 정리해야 할 것이고, 과징금 산정 방식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