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전 세계 80개 법인의 인사 제도를 통합,해외 인재들을 본사 인재들과 똑같이 관리하기로 한 것은 국내 기업으로선 실험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GE와 같이 글로벌화의 역사가 긴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한국 법인 출신들이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등 외국인을 중용하는 문화가 정착됐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우 중요 업무는 한국인에게 맡기는 '관습'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첫 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정한 글로벌화는 인재의 글로벌화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대학생들은 '입사하고 싶은 직장' 중 LG전자 등 한국 기업을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그러나 정작 입사에 성공한 현지 우수 인재들은 대부분 2∼3년 동안 근무한 후 미국계나 유럽계 기업으로 옮겨간다.

한국 기업에서는 관리자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LG전자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해왔다.

예를 들어 현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우수한 현지 마케팅 인력이 절실한데 뽑으면 뽑는 대로 회사를 떠나는 과정을 반복해온 것.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LG전자는 채용에서부터 직급체계,승진,보상 등 모든 인사 프로세스를 하나로 통일해 외국인 인재에 대해서도 차별을 없애는 글로벌 인재 풀(pool)을 구축키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선진 기업들의 성공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수 인재들을 활용하는 노하우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지화가 글로벌화 성공의 관건

LG전자의 이번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현지의 노사문화와 라이프 스타일 등을 적절히 인사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나의 LG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자칫 한국의 조직문화를 그대로 강요하면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국내 한 자동차회사가 미국에서 영업인력을 채용하면서 흑인을 채용하지 않았다가 고용평등법(EO·Equal Opportunity)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

한 주한 외국기업 관계자는 "선진 기업들은 하나의 인사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관리하지만 국가별 노동 시장의 특성에 맞추도록 각 법인에 충분한 재량권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경영자원의 글로벌 통합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이 강조하는 '일하는 방식'을 글로벌화하기 위해 인사뿐 아니라 구매,물류,재고,재무 등 모든 경영 프로세스를 글로벌 기준으로 통합키로 했다.

우선 공급망 관리의 통합을 위해 본사와 각 사업본부에 '글로벌 오퍼레이션 & 코맨드센터(GOC)'를 신설했다.

국가별,제품별 수요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판매 예상치를 결정하고 제품 출시,단종,선적,생산,부품·원자재 조달,출하,선적 등 글로벌 사업의 전 과정을 밀착 관리한다.

또 전 세계의 구매와 물류를 통합 관리하는 전자구매담당팀 및 글로벌 물류팀을 각각 신설했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 경영실적을 글로벌 기준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스테픈 베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 기업들은 시장의 글로벌화는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경영자원(management resource)의 글로벌화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LG전자의 시도가 전체 한국 기업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