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사법불신 풍조에 대한 책임을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 정영진 부장판사(49ㆍ연수원 14기)는 20일 오전 '석궁테러 관련-이용훈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정 부장판사는 글에서 "(사법불신)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에는 이 대법원장의 부정적 행태들도 중요한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 대법원장을 겨냥했다. 그는 이어 "이 대법원장은 국민들의 의혹을 사고 있는 부분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해야 하고 해명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하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조브로커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관행 부장판사와 이 대법원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사실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설같은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최근 이뤄진 법관 인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정 부장판사는 "조모 부장판사가 대법원장과 막역한 사이여서 대법원장이 손을 쓰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법원에 기소된 후에도 어떻게든 실형 선고만은 막아보려 했으나 실형이 선고되자 선고를 한 부장판사를 고등부장 승진인사에서 탈락시켰다"고 설명했다.

한편 창원지방법원의 문형배 부장판사(42ㆍ연수원 18기)는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는 승진인사를 거론하면서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하는 것이 유례가 있는 일이냐"라는 내용의 반박글을 올려 이 대법원장을 둘러싼 법원 내부의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