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의 5개 발전 자회사가 일제히 후임 사장 공모에 돌입하는 등 공기업에 인사 태풍이 불고 있다.

일각에선 발전 자회사 사장 자리를 놓고 정치권-산업자원부-한전 출신 인사들이 '나눠먹기 경쟁' 채비에 나섰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4개 금융기관장 인선을 둘러싸고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어 '정권 말기의 낙하산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물밑을 뛰는 후보들

서부 남동 남부 등 3개 발전 자회사는 20일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임 사장 인선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추천위 구성에 앞서 이들 자리를 놓고 수많은 후보들이 뛰고 있다는 소문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전 안팎에선 지금까지의 관례를 봤을 때 5명의 CEO 중 2~3명은 한전 임원 출신,나머지는 한전 외부에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만약 외부에서 두 명이 온다면 한 명은 정치권,다른 한 명은 에너지정책 업무를 담당했던 산자부 관료 출신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한전 자체의 CEO 선정 작업에서는 산자부에서 에너지 분야를 총괄했던 이원걸 전 차관과 2004년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남 김해을에 출마했던 곽진업 한전 감사(전 국세청 차장)가 경합하고 있다.

한전 및 발전 자회사 사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곧이어 수출보험공사 한국전력기술 전기안전공사 등의 사장 임기 만료일이 줄줄이 돌아와 공기업들은 상반기 내내 인사 문제로 시끄러울 전망이다.

◆금융권도 '나눠먹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에는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광우 딜로이트코리아 회장과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도 후보로 올라 있지만 재경부를 등에 업고 있는 박 전 차관의 '내정설'이 파다하다.

'우리금융은 재경부 몫,우리은행은 청와대 몫'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우리은행장 선임과정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임기 3년 동안 우리금융그룹의 자산을 100조원이나 늘려 금융업계 1위로 발돋움시키고 주가를 2.5배나 높인 황영기 회장이 3배수에도 들지 못한 채 면접에서 탈락하면서 추천위원회와 공모제가 허울 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업은행장 차기 행장 자리는 강권석 현 행장과 장병구 수협 신용대표 등 2파전 양상이다.

강 행장이 자산 100조원,순익 1조원 시대를 여는 호실적을 올렸지만 청와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장 대표가 다소 유리한 위치에 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에는 유재한 전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이 앞서는 가운데 최창호 현 공사 부사장이 경합하고 있다.

만일 현재 알려진 유력 후보들이 최종 낙점될 경우 이번 금융권 인사가 모두 재경부나 청와대에 인연을 갖고 있는 외부 인물로 채워졌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노조는 20일 각각 성명을 내고 차기 회장 및 행장의 선임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박준동·유병연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