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斗植 <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dskim@shinkim.com >

TV '동물의 왕국'을 보면 수사자는 직접 사냥을 하지 않는다.

거드름만 피우고 있다가 암사자가 힘들게 잡아온 먹이로 배를 채운다.

수사자가 주로 하는 일은 가끔씩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다른 수사자들을 물리치는 일이다.

사냥하랴,새끼 키우랴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암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공평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사자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권위를 갖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는 수사자와 같은 지위를 누렸다.

출산과 육아는 당연히 어머니의 몫이고,아버지는 사회와 직장에서 소위 '바깥일' 즉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였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가 가정 일에 무관심해도 '바깥' 양반이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바깥일이 아버지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도 정치하고 사업하고,심지어 자원(自願)해서 군대도 간다.

그렇다고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 생활과 자녀 뒷바라지를 모두 제대로 해내는 '슈퍼 맘'도 많다.

이렇게 남녀 간 역할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더 이상 남자가 군대 가고 정치하고 사업한다는 이유로 권위를 누릴 수는 없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버지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어느 가정이나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가정에서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고 아내나 자식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왕따'를 당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사오정' '오륙도' 사회에서 경제력을 상실한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기를 못 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멀쩡한 가정에서조차 가족 부양하느라 가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아버지를 아내와 아이들이 무시하고 이방인 취급한다면,이런 가정은 이미 무너진 가정이다.

가정에서 아내나 자식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듯이 아버지도 아버지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집안에서 아버지가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한다면 그런 가정은 차라리 아버지 없는 결손가정보다 못할 수 있다.

가정에서 아버지로서의 자긍심을 잃어버린 가장은 사회에서도 자존감을 갖지 못하고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수행할 수 없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의 결속력도 약화된다.

이런 '아버지 부재(不在)' 현상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무엇보다 아내의 이해와 배려가 중요할 것이다.

특히 자식들 앞에서 남편의 기를 죽이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물론 아버지들도 변해야 한다.

가사를 아내에게만 맡기지 말고 책임을 나눠 맡아야 한다.

아이들 학교의 학부모 모임에도 아빠가 종종 나가보자.미국 학부모 모임에는 아빠도 많이 참여하지 않는가.

직장과 일에 충성하듯 아내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을 내자.기업과 사회도 이런 변화가 가능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 땅의 아버지들이여,이제는 '슈퍼 대드'가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