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뉴스로 들리면서도 의문이 의문의 꼬리를 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인터넷 포털 조사 방침도 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달 국내 인터넷 포털업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포털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조사하고,콘텐츠 사업자와의 거래조건,거래관행 등을 파악해 불공정 행위가 발견될 경우 이를 시정조치하겠다는 얘기다.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인터넷 포털 등 새로운 독과점 형성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 발표에 뒤이은 것이다.

해당 분야가 인터넷 포털이든 무엇이든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그건 원래 공정위가 마땅히 할 일이다. 하지만 왠지 그렇게만 생각하고 말 일은 아닌 것 같다.

먼저,왜 하필 이 시점인지가 그렇다. 공정위가 일정을 앞당겨 조사에 착수한다는 점에서 시점에 대한 의문은 더해진다. 공정위는 포털과 콘텐츠 사업자 사이의 불공정 거래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실 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정위가 포털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몰라도 이 문제는 방송-콘텐츠,통신-콘텐츠라고 해서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고,문제의 지속기간으로 따지면 오히려 방송,통신이 더 길다.

그렇게 말하면 포털의 영향력이 엄청 커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사실 포털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포털이 인정하든 안하든,콘텐츠를 자신들이 만들든 안만들든 포털의 직·간접적인 미디어 기능이 논란의 대상이 될 정도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의문은 더 생긴다. 이번 조사의 또 다른 의도는 없는 것인가? 또 이번 조사는 포털과 기존 미디어의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니면 포털의 시장점유율 조사를 토대로 혹 신문시장에 대해 취했던 것과 같은 기준을 들이대며 특정한 경쟁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모두 쓸데없는 상상에 불과할까.

우선순위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금 더 시급한 것은 특정시장 내부의 문제일까,아니면 시장 간의 문제일까. 포털-신문-방송-통신은 이미 별개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경쟁촉진의 답을 특정 시장 내부에서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방송과 통신이 갈등하고 있지만 오히려 진입장벽을 무너뜨리고 인수합병을 원활하게 하는 등 경쟁도 촉진하고 시장도 발전시킬 방안을 찾는 게 더 다급한 일 아닌가. 공정위가 생각하는 열악한 콘텐츠 사업자의 지위개선 문제도 시장의 경계를 무너뜨려 콘텐츠 수요를 확대하는 게 더 빠른 길일지 모른다.

공정위의 조사목적이 인터넷 특성을 감안해 새로운 경쟁정책을 설계하겠다는 것인지,아니면 기존법의 적용 대상영역을 넓히려 하는 것인지 그것도 의문이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그 영향은 크게 다를 것이다. 어쩌면 기술적 융합,상품결합 등이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정위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또 이번 조사 결과 시정조치 또는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그 영향은 인터넷 포털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