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서 1000원짜리 초저가 생필품까지,국내 유통가에 일본 상품이 밀려들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서 일본산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소설·만화·드라마 확산에 따른 '일류(日流)'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2~3년 전에 비해 최고 30% 싸진 일본 상품 인기가 치솟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산이 주류를 이뤄온 초저가 상품으로까지 일본상품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 현지 소비자가격이 120엔인 'UCC 블랙 캔커피(185㎖)'는 21일 현재 GS25 편의점에서 1200원에 팔리고 있다.

2004년 같은 날엔 2500원에 팔리던 제품이다.

엔화 환율이 3년 전 100엔당 1100원에서 최근 780원대까지 주저앉으면서 일본 유명 브랜드 캔커피와 국산 프리미엄 컵커피의 가격은 같은 1000원대로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이에 따라 UCC 캔커피는 올 들어 점포마다 하루 평균 300개씩 팔려나가고 있다.

3년 전보다 판매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롯데백화점은 식품매장의 인기 상품인 '기꼬망 간장(1.8ℓ)'을 3년 전 1만5000원에 팔았지만 올 들어 1만500원으로 30% 이상 낮췄다.

가격 인하 덕분에 지난달 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같은 용량의 국산 간장보다 세 배나 더 팔렸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일본 상품을 찾는 발길이 크게 늘었다.

본점의 수입식품매장 3000여개 취급 품목 중 일본 식품의 비중이 40%로 작년 초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호야 유기농 낫토(150g,4300원)'는 지난해보다 가격이 20% 싸지면서 지난달 매출이 2000만원으로 한 해 전보다 20% 이상 늘어났고,마시는 식초인 '우찌보리 디저트 식초(250㎖·1만9000원)'는 같은 용량의 국산 과일 식초(1만7000원)와 가격차가 2000원 안팎으로 좁혀진 덕분에 국산보다 두 배나 잘 팔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무역센터점 등 서울 강남권 주요 점포도 지난해 말부터 수입식품 매장 면적을 종전보다 네 배가량 넓히면서 확장한 매장의 90%를 일본산 식품으로 채웠다.

엔저(低) 덕분에 일본 현지 상품을 구매 대행해주는 온라인 쇼핑몰도 인기다.

골프채,외제차 튜닝용품 등 수입 명품은 한국 내 가격보다 일본을 거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싸지면서 환율 하락 혜택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고가품 위주로 매출이 쑥쑥 늘고 있다.

'바이일본(www.buy1bon.com)''재팬엔조이(www.japanenjoy.com)' 등 30여개 업체가 성업 중이다.

재팬엔조이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100억원으로 2005년(4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한·일 합작 1000원숍 업체인 '다이소 아성산업'은 지난달부터 환율 덕분에 원가가 싸진 일본산 대나무 음식 그릇과 헬로키티 관련 상품 등 일본산 생활용품 200여개 품목을 대거 들여놨다.

다이소 관계자는 "값싸진 일본 상품군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지난달 총 매출이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에서까지 일본 상품 취급을 늘리고 있다.

남대문 시장에서 수입 식품을 파는 하동상회 관계자는 "2년 전 1000원에 팔던 일본산 봉지라면을 현재 800원에 팔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직접 진출해 있는 자동차·전자제품의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한국도요타,소니코리아 등 수입사들은 판매 가격을 3년 전과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당장 판매량이 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도요타와 소니코리아는 각각 "한국에서 적용하는 가격 정책이 따로 있기 때문에 엔화가치와 연동해 판매가격을 조정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