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가 다가와 말을 건네고 손을 내미는 것 같아요.

제주라는 공간은 매우 특이합니다.

소라를 따라가다 보면 전복과 미역을 만나고,미역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고래와 문어가 유혹해요.

일상 속에서살아 숨쉬는 모든 것과 어울리는 동안 '이상의 세계'가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요."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는 서양화가 김품창씨(41)는 21일 "세상의 존재들이야말로 어느 것 하나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어울림의 미학'"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소통에는 격의가 없어요.

저마다의 속삭임이 질서 없이 흘러 다니지만 도시의 무분별한 소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특히 제주는 바다와 갈매기 바위 소라 물고기 해녀 하루방 등 이질적인 것들이 한 데 어울려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생명찬가로 가득합니다."

김씨는 스승인 이왈종 화백의 권유와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2001년 제주에 정착한 이후 7년째 독특한 미감을 찾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초기 3년간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면에 표현했지만, 소라 전복 등 생명체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연의 뒤안에서 서로 다독이며 살아가는 '어울림의 세계'를 그리기 시작한 것.

그는 "생명체의 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와 신화를 전복 껍데기와 한지 위에 동화적이고 해학적으로 담아내는 작업에 갈수록 빠져든다"고 말했다.

'제주-어울림의 이상세계'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제주의 환상적인 세계를 그린 작품 30여점을 내걸었다.

다음 달 6일까지.

(02)734-755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