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赫東 < 과학기술부 기계소재심의관 >

김 변호사는 일이 바빠 도대체 쉴 틈이 없다.

애타는 고객들이 24시간 밤낮없이 인터넷 또는 휴대폰으로 답을 재촉한다.

10년 전에는 두툼한 법전(法典)을 애용했다.

사건 의견서를 만년필로 써서,비서가 타이핑하는 동안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서류를 등기우편으로 보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서류가 늦게 도착할 경우엔 우체부 탓으로 돌려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팩스가 등기우편을 대신하고 나서는 핑곗거리가 점점 궁색해졌다.

이메일 시대로 변한 지금 자신은 마치 일의 노예가 돼버린 느낌이다.

인터넷 정보로 똑똑해진 고객들이 '빨리빨리'를 다그치니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

기계공학을 가르치는 이 교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2학년 학생 절반 이상이 재료역학(材料力學)에서 F학점 대상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서 수학Ⅱ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대학교에서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문제풀이를 학생 수준에 맞추다보니,옛날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궁리 끝에 온라인 보충강의를 도입했다.

전자칠판을 이용해 문제풀이 강의를 만들었다.

이해가 안 되면 반복해서 볼 수 있고,온라인상에서 질문도 가능해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F학점 대상 학생 수는 자연스레 줄었다.

한번 만든 콘텐츠는 재활용할 수 있어 강의 부담도 줄었다.

계속해서 보완하면 몇 년 이내에 웬만한 내용은 다 온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완성되면 나는 학교에서 잘리겠구나'라는 생각에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금형(金型)회사의 박 사장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한 생각이 절로 든다.

3차원 도면으로 작성된 외국회사 주문서가 인터넷으로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회사에는 2차원 도면을 PC로 뽑아 쓰고 있었다.

주문받은 3차원 도면을 임기응변으로 2차원으로 바꾸어 제품을 제작해 납품했지만 외국회사는 틀린 곳이 너무 많다며 전량 반품했다.

회사의 존립을 위태하게 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작업방식을 3차원으로 바꾸려면 직원 대부분을 내보내야 했으므로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힘은 20년 된 기술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무용지물로 만들 만큼 강력했다.

결국 박 사장은 거칠게 반발하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가주세요!"

정보화와 글로벌 경쟁에서 더 이상 종전의 지식과 경험으로 버틸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변호사든,교수든,엔지니어든 온라인 시대는 우리에게 종래 기술과 지식을 혁신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미덕은 유용한 기술과 지식을 생산하고 관리하고 적응하는 능력이다.

기술과 지식의 혁신이야말로 개인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