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위 '사망채권'(death bond)으로 불리는 채권 발행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망채권이란 주로 생명보험 회사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만기까지 보험 가입자의 사망률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에게 일반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해 준다.
그러나 사망률이 사전에 정한 기준을 넘어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이 크게 늘 경우 투자자들은 이자는 고사하고 때로는 원금까지도 일부 떼일 수 있는 채권이다.
사망채권을 발행하는 보험회사는 채권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어날 경우 쓸 수 있어 자금 운용면에서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게된다.
사망률이 급증하지 않을 경우 보험회사는 일반 채권보다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지만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법정 지급 준비금을 더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할 수 있어 역시 이득이다.
생명보험회사로부터 다시 보험을 받는 재보험사들 역시 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들도 보험회사들이 발행한 여러 가지 사망채권을 결합,이를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채권을 내놓고 있다.
사망채권의 주된 투자자는 헤지펀드들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채권은 전염병이나 대형 참사 등 돌발 사태만 없다면 다른 투자수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려준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이나 일반채권과 달리 각종 경제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이 채권이 가진 매력이다.
이처럼 채권발행자와 투자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사망채권 발행액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이나 사망률과 연계돼 발행된 사망채권 발행액은 54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그전 4년간 발행 총액이 67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 내 급증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만 8억8000만달러어치가 발행돼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중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9·11 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같은 대형참사에 대비,관련 채권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 관계자는 "사망은 물론 각종 자연재해 발생과 연계된 채권 시장까지 합할 경우 관련시장 규모는 2016년까지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