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구에서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시고 FTA에 대비하는 섬유회사와 영농조합을 방문하실 때 동행취재하면서 뵈었지만 몇 자 적어 올립니다.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과 총리님의 열린우리당 복귀가 현실화된 시점에 착잡한 마음 가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총리님,"늦둥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낳아봐야 안다"면서 늙수그레한 기자들한테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동참하라고 강조하시고,"남편이 좋아해 이북식 백김치를 손수 담근다"면서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로서 일과 가정을 균형 맞추기가 쉽지 않다던 말씀이 생생합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지 주민들이 폭력시위로 과격해졌을 당시 "다 같이 한 발짝씩 물러나 대화로 풀자"고 하셨을 때는 불법에 지나친 관용을 보이시는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한·미FTA 반대 폭력시위를 겪고서야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를 선언,불법은 엄단하겠다고 영(令)을 세우셨지요.

최근엔 군용 목포공항 인근의 고도제한 규제를 완화해 현지 기업들로부터 박수를 받으셨습니다. 2001년부터 제기됐으나 역대 총리들이 처박아 뒀던 애로사항을 6년 만에 과단성 있게 풀어주셨으니까요.

이를 두고 언론은 정치적 행보라고 몰아붙였고 총리실 측은 "소신 있게 일하는 총리를 언론이 정치적으로 흔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요. 총리님께서도 지난 연말부터 당 복귀나 대권후보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총리 소임을 끝까지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애착을 보여주셨습니다.

총리님,그렇다고 이제 와 대선 전 중립내각 구성을 위해 마지 못해 총리직을 '희생'하시는 것이든,총리직을 대권 도전용 업적 쌓기로 보내셨든 시비 걸지 않겠습니다. 지난 송년 오찬 자리에서 제가 "장관들이 자주 바뀌어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꼬집자 "꼭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하신 적 기억나시는지요.

총리님,고건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총리님까지 중도에 떠나시면 과거 정부와 다르다는 참여정부에서도 네 번째 총리를 맞게 됩니다. 정치적 사안에 따라 총리가 수시로 바뀌는 국정 운영시스템을 '뭇 백성'들이 어찌 여길까요.

김홍열 정치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