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들이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의 판매가격을 담합했다며 526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지 2년6개월 만이다.

그러나 해당업체들은 조사 결과가 구체적 물증과자료를 갖추지 않은 끼워맞추기식인 만큼 행정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풀겠다는 입장이어서 담합여부에 대한 최종 판정은 법정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공정위 "담합이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2004년 4월께 서로 연락해 가격 결정에 대한 공조체제를 구축한 뒤 대리점과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종별 목표가격을 SK㈜가 고시한 공장도가격에서 일정금액을 할인한 금액으로 정하고 이를 시장가로 고착시키기 위해 이른바 '공익모임'을 운영,가격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합의 이행여부를 감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4년 4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가격 담합기간 중 원유가격은 ℓ당 약 20원이 오른 데 그친 반면 국내 정유사가 공급하는 휘발유는 40원,등유와 경유는 각각 70원과 60원이 인상됐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소비자 피해 추정액은 관련 매출액의 15%를 기준으로 2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아니라고 하지만,공정위가 확보한 증거문건의 전후 문맥상 업계의 공익모임은 가격 인상을 논의한 자리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담합은 무슨 담합"

공정위의 담합 발표에 대해 정유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몇몇 정유업체들은 공정위의 조치를 정밀 검토한 후 이의제기나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내 석유시장은 수출입이 자유로운 완전경쟁 시장으로 정유사와 다수의 수입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매일 매일 국제제품 가격의 변동과 국내시장 경쟁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담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위가 담합의 근거로 삼고 있는 공익모임도 유사휘발유(세녹스) 관련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라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행위자체가 적발되지도 않았고 공정위가 증거로 제시한 문건이 담합을 명백하게 입증한 것도 아닌데,추정을 통해 담합으로 몰아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의제기나 행정소송 등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송종현·장창민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