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북한의 핵폐기 단계에서 대북 에너지 지원 대책으로 러시아를 통한 송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가능성 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송전은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라 현실화까지 여정이 길지만 러시아가 최근 북핵 6자회담에서 사업 의지를 재차 피력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러시아발 대북 송전 계획

러시아를 통한 대북 송전은 북한과 러시아가 2002년 '전력 협력 양해각서'를 맺고 구상했으나 북한의 경제난으로 시행이 불투명해진 사업이다.

러시아가 극동의 브레야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블라디보스토크~크라스키노(러시아)~청진(북한)간 송전망을 통해 북한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브레야 수력발전소에서는 발전량을 200만kwh로 늘리기 위한 증설이 진행 중이라고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했다.

2008년이면 50만kwh씩 대북 송전이 가능하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에서 러시아 회담 대표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이 사업을 상기시키며 "내년부터 북한에 전기를 보낼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단 "한국 정부와 주변국이 비용을 분담한다"는 전제를 단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을 에너지수출 채널로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에 크라스키노~청진간 송전망 구축 비용을 지원할 수 있냐고 타진했다"면서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전혀 실현 가능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상기했다.

러시아는 이 제안을 6자회담이라는 외교 채널을 통해 격상시킨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지금도 "학자들 간 오간 얘기일 뿐 정부 차원에서 전혀 구체화되지 않았다(산업자원부 성윤모 전력산업팀장)"는 것이다.

◆정부의 200만kwh 송전 계획

하지만 외교통일 정부라인의 속내는 다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핵 문제 해결이 진전돼 2005년 만들어진 200만kwh 대북 송전 계획을 이행할 때가 오면 본격적으로 검토하게될 사안"이라고 토로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남쪽에서 200만kwh를 6~10년 동안 북한에 보내는 비용을 56억~98억달러로 추산한다.

양주 변전소~평양간 송전선을 까는데 15억달러,발전 비용은 kwh당 4센트가 든다.

반면 러시아 주장에 따르면 크라스키노~청진간 송전망 구축 비용은 1억5000만~1억8000만달러,발전 비용은 kwh당 0.53센트.공사 비용 추계는 부정확하나 발전 비용만 따져도 우리가 7배 이상 비싸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지원에 막대한 비용 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송전은 러시아에 맡기고 6자회담 참가국이 비용을 분담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한 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것은 한반도 안보 증진을 위한 가치있는 투자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러시아 카드를 택하는 것은 비용 때문일 뿐 전략적인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