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교수의 이슈경제학] 엔 스와프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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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래 계약을 하는 '즉시' 물건과 돈을 교환할 경우 이를 현물거래(spot transaction) 라 한다. 물론 실제 시장에서는 '즉시'를 관행상 며칠 정도 여유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외환의 경우 '즉시'는 '2일 이내'를 의미한다. 즉 오늘 계약을 한다고 할 때 당일결제(t),익일결제(t+1),그리고 이틀결제(t+2)까지를 현물환이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결제를 하게 되면 이는 선물환(선도환)으로 분류된다. 선물환은 모든 조건을 미리 정한 후 만기에 가서 조건대로 결제를 하는 거래다.
자 이제 이 두 거래를 합성한 형태를 보자. 어떤 물건을 지금 '즉시' 사들이는 동시에 이 물건을 일정기간 후에 넘기기로 하면서 그 가격을 미리 정해놓는다고 하자. 이 경우 물건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든 위험은 없다. 사들이는 가격은 지금 알고 사는 것이고 이 물건을 나중에 팔 때는 미리 정한 가격에 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현물시장에서 매수거래를 하는 동시에 선도시장에서 매도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물시장 매수거래와 선도시장 매도거래를 동시에 행하는 것을 매수차익거래라고 한다. 이 거래는 위험이 없다.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이 다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 현물시장에서 사들이는 가격은 100이고 선도시장에서 1년 후에 넘기기로 정하는 가격은 105이고 금리가 5%라 하자. 100의 자금을 써서 물건을 사놓는 동시에 1년 후에 넘기는 가격을 105로 정해놓는다면 위험은 없다. 그러나 이런 거래는 할 마음이 별로 안날 것이다. 왜냐하면 물건을 사느라 100의 자금이 들어가는데 파는 가격은 105로 확정돼 있으므로 1년 수익이 5%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이는 100의 자금을 그냥 예금만 해도 받을 수 있는 금리 수준에 불과하다. 매수차익거래의 유인이 별로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거꾸로 105라는 선도가격이 정해지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 100에 사들일 수 있는 물건의 경우,선도가격이 얼마가 되어야 이를 이용한 무위험 매수차익거래의 수익률이 이자율과 동일한 5%가 되는가? 답은 현물가격 100에다 금리 5%를 얹은 105이다. 이것이 균형선도가격이다.
이제 상황을 바꾸어보자. 예금을 해서 5% 금리가 적용돼 5의 이자를 받으면 이에 대해 세금을 낸다고 하자. 그런데 어떤 물건을 100의 가격에 사는 동시에 105에 넘기기로 계약을 해놓는 매수차익거래를 시행하면 실제 물건 거래가 일어난다는 이유로 세금이 면제된다고 하자.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 거래에 참여할 것이다. 이자를 받는 것보다 매수차익거래를 시행해 실제 물건거래를 함으로써 세금을 면제받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금융시장에서 이런 거래가 대규모로 시행된 적이 있다. 이름하여 '엔 스와프예금' 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물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엔이라는 외환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을 보유한 예금자가 있다고 하자. 그가 이 자금을 은행에 예금을 하면 5%의 이자를 받는다고 하자. 약 5000만원의 이자가 발생하고 이 소득이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이라 가정하면 최고세율은 주민세까지 합쳐 약 40%가 된다. 그런데 엔의 현물환율 즉,원과 엔의 즉시 교환 비율이 1엔당 10원이라 하자. 또한 원화자금이자를 5%라 하고 엔화자금이자를 0%라고 단순하게 가정하면 엔을 1년 후에 넘기기로 지금 약정을 하는 선물환율은 현물환율에 5%(원 이자 5%와 엔 이자 0%의 차이)를 얹은 1엔당 10.50원이 된다. 이제 이 예금자에게 은행이 매수차익거래를 제안한다. 10억원으로 1억엔을 현물환시세(1엔당 10원)대로 사들이는 동시에 이 1억엔을 1년 후에 1엔당 10.50원에 넘기는 선물환계약을 지금 체결해 놓는 것이다. 1년이 지나면 예금자는 1억엔을 계약대로 넘기면서(1엔당 10.50원) 10억5000만원을 챙길 수 있다. 5000만원을 번 것이다. 물론 위험은 없다.
이렇게 현물환시장에서는 외환(물건)을 매수하는 동시에 선물환시장에서는 해당 외환(물건)을 매도하기로 계약을 하는 경우 이 거래를 외환시장에서는 '외환 스와프 거래'라고 한다. 엔을 이용한 스와프 거래를 구성해 낸 은행들은 이 거래 안에 선물환거래가 포함돼 있으므로 이 거래가 파생상품거래라고 주장하여 과세를 하지 않고 수익 전액을 예금자에게 돌려주었다. 거액 자산가들은 당연히 흥분할 만했다.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고(실제는 엔에 대한 이자가 약간(1% 미만) 있어서 이에 대한 소득세는 낸 바 있다) 이자전액을 받는다는 것은 짜릿한 일이다. 초기에 엔 스와프 예금에 가입한 예금자들은 실제로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고 이자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다. 그런데 소문이 퍼지자 여러 은행들이 이러한 예금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엄청난 자금이 이 상품으로 몰렸다. 결국 국세청이 개입했고 국세청이 과세를 하자 소송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엔 스와프예금은 엔에 대한 매수차익거래를 통해 무위험투자를 구성해 내는 전략이다. 그런데 정상적인 경우 무위험투자의 수익률은 이자율과 동일해진다. 결국 매수차익거래는 물건거래를 이용해 채권을 합성해 내는 일종의 합성채권 전략이다. 그리고 합성채권이든 실제채권이든 채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이자다. 이자소득세를 면제하기에는 이 거래가 너무 구성이 단순했던 셈이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