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워런 버핏·조지 소로스·칼 아이칸 등 세계적인 큰손들이 전체적으로 주식보유를 늘리는 가운데 포트폴리오를 대폭 교체하고 있어 앞으로 대내외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펀드별 지분변동 신고서에 따르면 '가치투자의 귀재'인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작년 여름휴가철 이후 보유해 왔던 제약과 방송관련 주식을 팔고 미국 5위 은행은 웰스 파고의 주식 2753만주를 추가 매입해 보유주식 수를 2억1817만주로 늘렸다.

또 6위 은행인 방코프 주식 2331만주를 신규 매입했다.

또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퀀텀펀드도 그동안 보유해온 제약업과 항공업종을 처분하고 내수관련 업종을 대거 편입했다.

소로스는 작년 4분기 이후 청바지 업체인 웨트실과 타이어업체인 굿이어 주식을 각각 100만주,95만1520만주 사들였다.

반면 NPS제약과 옥실리움제약 주식은 각각 330만주,150만주를 처분했다.

KT&G 사건과 관련해 우리에게 '상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칼 아이칸도 그동안 공들여 왔던 타임워너 주식을 3500만주나 대거 처분하고 대신 페더레이티드 백화점과 석유개발업체인 탈리스먼 등의 주식을 400만주 이상 대거 매입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큰손들이 최근 들어 주식보유를 늘리고 내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 것을 놓고 뉴욕 월가의 시장참여자들은 '이들이 보는 세계경기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작년 여름휴가철 이후 제약업과 항공업종을 대거 늘린 것은 경기둔화와 유가하락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해 왔다.

역사적으로 경기가 둔화될 때는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업종이 제약업이고,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때는 항공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전체적으로 주식보유를 늘리는 것은 경기를 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식은 경기가 좋아질 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경향(resort to resort)이 높아지면서 보유비중이 늘어나는 투자대상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버냉키 의장은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고 있다"는 말로 미국경제 앞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밝혔다.

16일 유럽 집행위원회도 올해 27개 회원국의 성장률을 당초 2.4%에서 2.7%로 상향 조정한 가운데 그동안 경기회복이 부진했던 일본도 작년 4분기 성장률이 4.8%로 오히려 미국과 EU보다 높게 나왔다.

연초부터 경착륙을 우려하던 중국경제에 대해서도 세계은행(World bank)은 올해 성장률을 9.8%로 작년에 비해 크게 둔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포트폴리오를 은행 등 내수업종 위주로 교체하는 것은 미국 금융회사들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이익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 속한 국가들의 경기가 비교적 견실하고 통화강세 등으로 내수업종이 호황을 보일 것으로 판단에서다.

박춘호 홍콩 심플렉스 한국 대표는 "세계 큰손들의 움직임을 볼 때 올해 세계경기와 증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같다"며 "특히 과열기미를 보이는 중국과 인도증시가 조정되면 한국 일본증시가 상대적으로 가장 큰 반사적인 이익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