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일제하 강제노역장에서 숨진 한국인의 유골을 확인하고 유족을 만나러 제주에 왔다.

일본 혼슈(本州)지방의 기후(岐阜)현에서 '일제 강제동원진상규명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인 시모지마 요스시게(50)씨는 23일 제주를 방문해 "1941년 4월 일본발송전(호쿠리쿠전력의 전신)의 아사이다댐과 마키발전소를 잇는 도수로 굴착공사중 사고로 숨진 제주출신 김문봉(당시 52세)씨의 유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모지마 씨는 "2005년 일본 총무성이 '한반도 출신 구 민간징용자의 유골에 대해'라는 정보제공 협조요청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달된 것을 알고 기후현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카미오카(神岡)지역 4개의 사찰에 한국인 유골이 다수 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사찰을 돌며 유골함을 확인하던 중 료우젠지(兩金寺)에서 '전라남도 제주읍 회천리 김문봉'이라는 이름을 확인, 조선.중국인 강제연행.강제노동 관련 책자를 뒤지며 사망자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그가 강제노역장에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단본부를 통해 김 씨의 조카가 제주시 화북동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는 "김씨가 30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강제동원된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명확치 않지만 숨진 건설공사 현장은 강제동원된 조선인이 많이 일하는 곳이었다"며 "1939년 11월∼1941년 12월에 진행된 이 건설공사는 대형 건설업체인 오바야시구미가 도급받아 공사했다"고 전했다.

시모지마 씨는 "유족들에게 유골을 직접 인도할 수도 있으나 일본 정부와 강제노역을 시킨 회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 가져오지 않았다"며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골을 발굴하고 유족에게 정식 절차를 밟아 인도하는 것은 일본인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라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k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