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8∼1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협상을 앞두고 양국간 고위급 협상이 줄을 잇는 등 다음달 말까지 FTA를 타결하려는 양국 정부의 노력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협상에서 '깃털'을 정리한 가운데 8차때는 '몸통'을 주고받는 빅딜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줄 잇는 고위급 협상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수전 슈와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국간 통상장관 회담을 갖고 3월말까지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절충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양국의 통상분야 수장인 김 본부장과 슈와브 대표는 그동안 핵심 쟁점이었던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과 함께 협상 패키지에 주요 내용으로 포함되는 농산물과 섬유 분야에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서로 감당할 수 있는 요구 및 양보 수준을 타진한다.

이어 내달 5~6일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과 리처드 크라우더 USTR 농업담당 수석협상관이 미국에서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을 열고 쌀을 포함한 민감농산물과 쇠고기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점인 내달 6일에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하고 권오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잇따라 만나 FTA 현안을 논의한다.

그동안 금융분야 협상 과정에서 금융위기때 대외 송금 등을 일시 제한하는 단기 세이프가드가 고위급 회의를 통한 타결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권 부총리와 폴슨 재무장관간에 이에 대한 일정 수준의 논의는 있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가 도입을 주장하는 단기 세이프가드에 대해 미국은 7차 협상때 발동 1년뒤 투자자 피해나 발동 내용에 따라 투자자-국가소송(ISD)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등 입장차를 좁히기 힘든 상황"이라며 "단기 세이프가드는 고위급 타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빅딜 윤곽 나온다
고위급 회담이 잦아진 배경에는 양국의 굳은 타결 의지가 있으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주변에서는 8차 협상때 한미 FTA의 빅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백명이 모이는 현재와 같은 형태로는 8차가 마지막 협상이 될것"이라는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의 최근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양국은 분과회의를 중심으로 고위급에 넘길 쟁점을 체를 치듯이 걸러내면서 타협이 어려운 내용은 한계선을 긋는 방식의 이른바 '체 치기' 작업을 지난 7차 협상때 사실상 마무리했다.

고위급에서 처리될 쟁점으로는 자동차-의약품-무역구제와 섬유-농산물, 금융분야 일시 세이프가드, 지적재산권,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 개성공단 제품 원산지 특례인정 등이 꼽힌다.

마지막 쟁점은 이미 고위급 협상이 진행돼온 섬유와, 내달 5∼6일 첫 고위급 회담에서 쇠고기, 오렌지 등 초민감품목의 개방을 놓고 의견조율을 진행할 농업 분야이며, 여기서 입장차를 좁히면 이른바 빅딜 '패키지'의 윤곽이 그려지게 된다.

그러나 8차 협상때 빅딜 패키지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8차 협상이 잘 끝날 수 있지만 패키지의 완성을 앞둔 끝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국의 정치적 부담이나 외교적인 문제가 걸린 만큼 끝손질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패키지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