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在旭 < 경희대 교수·경제학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7월 제로금리에서 0.25%포인트 올린 이후 두 번째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결국 시장의 압력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좋아지며 실업률이 하락하고,수출이 호조를 이루는 등 60개월이 넘는 전후(戰後) 최장의 경기 확대를 보이고 있지만,10여년간의 장기침체로 노심초사하던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초저금리 상태를 계속 끌고 가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으로 전환했고,저금리로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으로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의 압력에 의해 일본은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이런 점에서 보면 미래의 어느 시점부터는 엔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상이 환율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으며,오히려 엔화가치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의 수출 호조로 인해 경상수지가 흑자이지만 자본수지가 적자로서 국제수지가 적자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고 하지만,여전히 일본의 금리와 다른 국가들의 금리차가 커 일본의 시중은행에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미국,유럽,한국의 주식이나 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로 인해 엔화가치가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화가치가 하락한다고 비관할 것은 없다. 사실 환율 변동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것은 지적(知的) 후진성을 나타낸다. 그것은 우리가 수출은 좋은 것이고 수입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경제활동의 최종 목적은 소비다. 우리는 소비하기 위해 생산한다. 우리는 재화(財貨)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하며,수입품에 대한 금액을 지불하기 위해 수출한다. 분명 환율 하락으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 것이다. 이것이 반드시 국민 경제적으로 마이너스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다 값싼 재화와 서비스를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익이다.

물론 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산업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는 것은 비용만 들 뿐 성공하지도 못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조원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환율하락을 막지 못한 사실이 그 증거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써서 환율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과잉 유동성 문제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단기 유동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야기되는 수출 부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제품의 질을 높여 가격경쟁력의 하락을 극복하는 길뿐이다. 이것은 기업이 연구개발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혁신적 활동에 매진할 때 가능하다. 또 노동자가 전투적,불법적 노조활동을 자제해 생산성을 높일 때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와 혁신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노사관계 원칙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실행하는 법치(法治)를 확립해야 한다.

이 전략은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이점이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으로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 침체된 경제가 회복될 것이고,경제회복으로 소득이 증가해 내수가 회복됨으로써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극복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회복으로 인해 통화정책에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한국은행의 숨통을 터줘 보다 여유 있는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환율하락과 같은 것은 외부요인으로서 우리가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충격이 왔을 때 그것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내부에 있다. 내부의 문제를 잘 해결하면 외부요인은 쉽게 해결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