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을 꾸린다

좀 더 넓은 집을 원했으므로,

나는 차갑고 어두운

우주 저 편의 저밀도지대를 향해

짐 실은 트럭을 몰고 간다

도시가 팽창을 멈추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불러오는 풍선의 표면에 들러붙은 티끌처럼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서 멀어져가고,

변두리의 버스 종점이 시(市) 경계를 넘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듯

젖은 눈망울 반짝이는 어린것들을 이끌고

더욱 깊숙한 어둠 속으로

나는 달려간다 (…)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호롱을 떠난 불빛과 같고

다만,검은 그을음 같은 구름만이

뒤돌아보는 별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가린다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일이

멀어져 가는 별들의 뒷모습처럼

보일 듯 말 듯 위태롭게 빛날지라도

-박후기 '움직이는 별'부분

팽창과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거기에서 이탈하면 순식간에 주변으로 밀려나고 만다.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는 도시. 악착같이 살아갈수록 우리는 서로에게서 점점 멀어져 간다. 산다는 일이 도시 속 별들의 뒷모습만큼 위태롭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검은 그을음처럼 허망한 것일 뿐이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우리가 합심해서 만들어가는 세상의 음울한 모습이니까.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