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사업추진이 비교적 활발했던 서초구 일대 중층(10~15층) 재건축 단지조차 인·허가 지연과 주민갈등 속에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강남·송파·강동구 일대의 저층 단지 역시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 새로운 악재를 만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재건축의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도 이주·철거를 미루는 단지가 나오는가 하면 "더 이상 미련두지 말고 (재건축) 꿈을 접자"는 주민마저 늘고 있어 주목된다.
◆서초구 중층 '재건축 메카' 옛말
강남권에서 최근 1~2년간 재건축 추진이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서초구 일대 중층 단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달 들어 이주가 시작된 반포동 삼호가든 1·2차(1034가구) 아파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단지들의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2004년 말 고밀도 아파트지구 중 가장 먼저 재건축 기본계획변경 승인(서초·반포지구)을 받으면서 이름 붙여진 '재건축 메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잠원동 한신5차는 지난해 8월 조합원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됐지만 소송 등 주민갈등으로 아직 구청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초동 삼호1차나 잠원동 반포한양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시행 인가 후 2년(불가피할 경우 1년 추가) 안에 착공하지 못하면 인가가 자동 취소되는 만큼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재건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잠원동 대림의 경우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곧바로 이주가 가능한 상태지만 시장여건이 불투명해지면서 이주 시기를 일단 내년 5월께까지 1년 이상 미뤄놓은 상태다.
주민 반대로 지난해 관리처분계획이 총회를 통과하지 못한 잠원 한신6차나 반포동 서초한양은 총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신 6차 조합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을 새로 표결에 부쳐도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조합 임원 중 그만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초한양 관계자도 "차라리 재건축을 포기하고 리모델링으로 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강남·송파구 일대의 대치동 은마나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재건축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조차 통과하지 못했고 압구정·여의도·서빙고(동부이촌동) 일대 역시 용적률 규제,재건축 개발부담금 등 각종 규제에 짓눌려 사업추진이 멈춰 서 있다.
◆저층 단지는 '분양가 규제' 고민
개포·고덕·둔촌 주공과 가락시영 등 강남권 저층 단지 역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층 단지보다 재건축 속도가 빠른 곳도 분양가 상한제 등 새로 추가된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단독주택 재건축도 최근 서울시가 기본계획 발표를 연기하면서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강동구 고덕주공은 이주·철거가 진행된 1단지를 제외하고 2~4단지는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아직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덕 2단지 재건축 추진위 박원호 이사는 "이런 상태로는 오는 9월부터 시행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1∼4단지를 묶어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도 현재 정밀 안전진단을 받고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고심 중이다.
한 주민은 "기부채납을 통해 용적률을 230%까지 끌어올려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조합원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송파구 가락시영 1·2차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현재 교통영향평가(건축심의)가 진행 중이지만 층수제한(평균 16층) 규제로,강남구 개포 주공 1~4단지(저층)는 용적률 규제(177%) 때문에 여전히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남권과 가까운 과천도 3·11·12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고 2단지와 6단지는 안전진단을 받고 있지만 전반적인 재건축 추진 속도는 크게 꺾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과천시가 재건축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후발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 등 새로운 규제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가락시영 등 저층 단지에서조차 재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아 사업이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집값마저 꺾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업이 장기 지연되거나 중도 포기하는 곳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