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상품을 4월 전에 서둘러 팔아라.' 은행권이 최근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월부터 '보험상품 설명제도'가 바뀌게 되면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최대 20여장에 이르는 상품 설명서를 일일이 설명하고 고객의 자필 서명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등 규제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 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시행에 앞서 은행들이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고객 보호'보다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행태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4월부터 고객 자필 서명 등 필수

4월부터는 보험회사나 은행 등이 보험 및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할 때 보험상품 내용을 포괄적으로 요약한 기존의 상품 요약서가 아니라 보험 계약자가 실제 구매한 가입 조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한 상품 설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설명서에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사항,일반적으로 다른 보험 계약에서는 보장되지만 판매하는 보험 계약에서는 미보장되는 사항 등이 일일이 표시된다.

또한 보험상품 판매 직원들은 이 같은 상품설명서 내용을 설명한 뒤 고객으로부터 상품 설명서를 교부받고 설명을 들었다는 자필 서명을 받아야 한다.

상품 상담 및 판매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험 상품에 따라 설명서 분량이 최소 6장에서 최대 20여장에 이를 것"이라며 "보험상품 판매 때 지금보다 약 20~30분간의 설명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창구 직원들의 상세한 설명 능력도 문제이고 전산 개발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상품 종류별로 대표 상품만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2월 방카슈랑스 판매실적 급증

현재 은행권에선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이 제도의 시행 연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책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일 확률은 거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마다 4월 제도 시행 이전에 바짝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에 따라 점포별로 목표치를 할당하고 판매실적 우수 점포에는 포상금을 지급키로 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시중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판매 실적은 눈에 띄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 등 6개 은행은 지난달 총 6만9304건 2439억원(초회 보험료 기준)어치의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했다.

2월 들어서도 지난주까지 2000억원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통상 월별로 5만여건 1700억원대의 실적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최근 확실히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은행마다 펀드와 방카슈랑스 판매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데 방카슈랑스 쪽은 4월 이후 실적을 올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은행이 고객 보호를 뒷전으로 한다는 비판이 예상되지만 3월까지 판매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