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에 올해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으로 2.4%를 제시했다. 또 대기업들에 대해 대졸 초임과 기존 사원들의 임금을 동결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한국노총이 최근 제시한 정규직 임금 인상 요구율 9.3%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치여서 올해 기업들의 임단협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총은 지난 23일 정기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임금조정 기본방향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총이 올해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자연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결에 가깝다. 경총은 "최근 몇 년 동안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상승 추세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신규 채용 여력도 줄여 실업문제를 악화시켰다"며 임금인상률을 축소(지난해 2.6%)한 배경을 설명했다.

경총은 또 △내수경기 부진 △노사관계 불안 △수익모델 부재 등의 어려움으로 투자 위축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에 따른 정국 불안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총은 특히 "국내 대기업의 대졸 초임은 국민소득이 두 배나 많은 일본보다 10% 이상 높고 전체 기업으로 봐도 일본과 비슷하다"며 "신규 일자리 창출 여력을 회복하고 임금 안정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대졸 초임과 고임 대기업의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생산성과 무관하게 인상되는 연공형 임금체계는 인건비 부담과 노사 갈등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고 정기 승급을 폐지하고 직무급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임금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기업의 보편적인 관행으로 굳어진 고정상여금 제도와 집단성과급제는 '근로자의 동기 유발'이라는 상여금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따라서 고정상여금의 비중을 줄이고 성과와 연동되는 상여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총은 마지막으로 고령 인력 활용을 위해 임금 유연성을 확대할 것을 기업들에 주문했다. 산업현장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고령 근로자가 높은 임금에 걸맞은 생산성을 보여주지 못해 고용 안정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따라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고령 인력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22일 올해 임금인상요구율로 월 고정임금총액 기준 9.3%를 제시했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이보다 두 배가량 많은 18.2%의 인상을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조만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9% 수준의 임금인상요구율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