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조그만 도예공방을 차려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겁니다."
26일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에서 도자예술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는 황영미씨(57·69학번)의 감회는 남다르다.
대학에 입학한 지 무려 38년 만의 졸업이기 때문이다.
황씨는 이화여대가 2003년 초 신입생 입학 요건으로 미혼을 규정한 학칙(제14조)과 재학 중 혼인을 금한 조항(제28조)을 없애면서 그 해 가을 재입학을 신청한 만학도.
황씨는 "당시에는 주변에서 (학업 포기를) 많이 만류하기도 했지만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하는 것도 너무 중요한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아들(30)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배움에 대한 미련만은 끝내 떨칠 수가 없었다.
물론 30여년간 주부로 살아온 그에게 다시 돌아온 대학생활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황씨는 "젊은 친구들은 감각도 세련되고 뭐든지 빨리 습득하는데 나만 더딘 것 같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업 한 번 빼먹지 않은 황씨를 '왕언니'라고 부르며 격려해 주는 나이 어린 동기들 덕분에 이제는 인터넷에서 미니홈페이지를 서핑하고 '얼짱' '남친' '즐기삼' 등의 신세대 용어도 즐겨쓰게 됐다.
황씨는 "사실 나이 어린 후배들을 보면서 속으로 며느리감을 점 찍는 등 '흑심'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이들과 함께 맘껏 공부한 대학생활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 같은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