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25일 강재섭 대표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당 중심의 정책 및 도덕성 검증 필요성에 공감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장 첨예한 이슈인 '경선 룰'과 관련해 주자들 간 이견만 노출돼 만남 자체에 만족하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지도부가 추진한 합의문 채택도 불발,'공감'했다는 정도에서 대변인이 회동 내용을 발표하는 선에 머물렀다.

◆'합의'가 아닌 '공감'=나경원 대변인은 회동 브리핑에서 "주자들은 당 경선준비위에서 내달 10일까지 경선 시기와 방식이 원만하게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경선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후보 검증' 문제와 관련,"대선주자들의 정책과 도덕성에 대해 당이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대선주자들의 이날 의견 수렴은'합의'가 아닌'공감'이라는 점에서 구속력을 가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 룰' 이견 팽팽=당 규정에는 경선은 오는 6월에 실시토록 돼 있다. 방식은 대의원 20%,당원 30%,일반국민 30%,여론조사 20%를 각각 반영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경선 룰 변경 문제와 관련,먼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당)기구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 내가 언급하면 (경선준비위에 참여하고 있는 대선주자)대리인의 재량을 축소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고 피해갔다.

이 전 시장 측은 경선시기는 현행대로,방식은 국민 참여의 대폭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자 박근혜 전 대표는 "대리인을 내세워 합의하는 게 합법적인가. 당원이 합의해서 결정한 것을 후보들이 바꿀 수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또 "(현행 당헌은) 공정하게 모든 의견을 수렴해서 9개월간 만든 것이다. 유불리를 떠나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원칙을 지켜온 사람은 어떻게 보상받느냐"며 경선 룰의 변경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경선 시기·방식에 대해 당원들의 공감대가 있다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가장 강경했다. 그는 "경선은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 원칙에 맞춰 룰이 정해져야 한다. 특정 후보를 위한 들러리를 세우는 룰에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측근은 "상대(열린우리당)는 10월 경선 얘기가 나오는데,규정대로 6월에 실시해 집중 견제당하면 안 된다"며 "조기 실시는 여론 지지율이 높은 이 전 시장의 들러리를 세우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경선시기를 늦추는 게 유리한 손 전 지사 측은 "배수진을 쳤다"는 얘기까지 했다. 갈라 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주자간 첨예한 이견 때문에 내달 10일까지 경선 룰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