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2012년 4월 한국으로 전환키로 한 것은 전작권 단독 행사를 위한 준비 기간과 대북 억지 전력 확보 등을 감안,2012년께가 적당하다는 한국 측 입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작권을 둘러싼 논란이 자칫 한·미 간 갈등으로 비춰져 한국 내 반미 감정을 다시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합의 도출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지난해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2012년 3월15일'을 전작권 전환 마지노선으로 정했지만 그 동안 줄곧 전환 시기를 2009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양측은 전환시기를 놓고 밀고당기기식 협상을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미측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전작권 단독 행사를 위한 준비 기간과 대북억지 전력 확보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국 측의 주장에 동의했기 때문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한국군 수뇌부는 그동안 감시·정찰전력 등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보완 전력을 구비할 때까지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미군 수뇌부를 설득해왔다.

한국군은 이를 위해 2011년까지 151조원을 투자해 공중조기경보기,이지스 구축함 등을 구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주한 미군 기지의 평택 재배치로 촉발된 반미 감정이 재점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미측의 계산이 깔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작권 전환시기에 양측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한·미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고 반미 감정을 촉발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미국은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 내 여론 주도층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둔 재배치계획(GPR)에 따른 미군의 군사전략 변화도 전작권 전환시기 조기 합의를 유인했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정 지역의 방위를 전담하는 '붙박이 군대'가 아닌 전 세계 '경찰 군대'를 지향하고 있는 미국은 안보부담 책임은 동맹국(한국)에 맡기고 자신들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측은 이번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시기에 대해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올해 대통령 선거 등 한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한국 내에서 전작권 전환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측한 미측이 미리 쐐기를 박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009년 전환을 강력히 주장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 장관이 물러나고 상대적으로 유연성을 갖춘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취임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