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회장 전화 "(조 회장이)강한 전경련을 만들어 달라."

☎김승연 회장 전화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 달라."

♣박영주 회장 방문 "(조 회장이 나서)일본 게이단렌(經團連)식의 강력한 전경련 만들어야."


강신호 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의 주요 인사들이 차기 회장으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체 전경련 회장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차기 전경련 회장 선출과 관련해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이 관망으로 일관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미 대세는 조석래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4대 그룹은 일찌감치 "회장단의 중지를 따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주말에 어떤 일이

전경련 회장단의 차기 회장 추대 과정은 그야 말로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전경련은 지난 21일 비밀 회동 때에도 회장 선임 과정의 잡음을 의식한 듯 장소를 롯데호텔에서 갑자기 소공동 조선호텔로 바꾸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당시 비밀회동 현장에서 본지 취재팀과 마주쳤던 모 그룹 회장은 "어떻게 일정이 새나갔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이번 주말 전경련 회장단의 의견 수렴 과정 역시 비밀리에 진행됐다.

이번 일의 실무를 맡은 조건호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주로 전화 통화로 의견을 조율했다.

대세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강신호 현 회장이 갈랐다.

강 회장은 지난 주말 조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전경련 회장단이 단결해야 할 때"라며 "조 회장이 강한 전경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김승연 한화 회장도 조 회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 회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재계 관계자는 전했다.

조 회장은 이에 "회장단 전체의 뜻이 수렴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효성그룹 본사를 직접 방문,조 회장의 장인인 송인상 고문과 조 회장을 설득했다.

박 회장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식의 강력한 전경련 모델을 만들기 위해,조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힘 있는 전경련 가능한가

조 회장의 차기 전경련 회장 취임은 강신호 회장의 3연임 포기와 동시에 예견돼온 것이다.

아무도 회장을 맡겠다고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가장 왕성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회장단 내에서 강신호 회장 다음으로 나이(72세)가 많다는 점 등의 요인 때문이었다.

조건호 부회장이 26일 오전 조 회장을 직접 찾아가 회장단 내 수렴된 의견을 전달하면 추대 과정은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조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으면서 '힘 없는 재계 대표'라는 지적과 관련,전경련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회 각계에 반(反)기업·반시장적 움직임들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조 회장이 온갖 부담을 감수하고 재계를 적극 대변할 수 있는 위상을 갖추겠느냐는 의문이다.

더욱이 최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을 탈퇴하고 회장단 영입 1순위 후보로 거론되던 허창수 GS그룹 회장마저 전경련 부회장직 제의를 고사하면서 전경련의 역할과 위상은 재계 내에서조차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차기 조 회장 체제는 일본의 게이단렌처럼 조직적이며 대표성을 획득한 단일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위한 중심축으로 자리잡는 재계의 대표로 우뚝 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조일훈·장창민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