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뉴욕시를 기업과 비교하면 월마트처럼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고가에 제품을 파는 명품업체와 비슷합니다. 뉴욕은 자본을 잘 조달할 수 있는 기업에 엄청난 가치를 제공합니다."(2003년 1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지금은 미국 엘리트 도시인 뉴욕이 최고의 호시절이다. 작년 말 월스트리트의 풍성한 보너스로 수천명이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했고 페라리 같은 고급 스포츠카와 수백만달러짜리 콘도를 사거나 200달러짜리 점심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큰 성공은 대도시의 장기적 발전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 경제적 혹은 인구통계학적 추세로 볼 때 엘리트 대도시보다는 새롭게 성장하는 도시이거나 더 싼 값에 생활이 가능한 도시의 발전 가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휴스턴 샤롯데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댈러스 리버사이드 같은 도시들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면서 가장 많은 인구를 끌어들였다. 반면 뉴욕이나 LA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은 신규 고용 창출도 별로 없었고 인구 순증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와튼스쿨의 한 교수 표현대로 뉴욕 같은 '슈퍼스타 도시'는 부동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슈퍼스타 도시에서는 상위 10% 안에 드는 가구만이 중간 가격의 집을 살 수 있다. 전국적으로는 50%의 가구가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살 수 있다. 대도시 집값 상승은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고소득층 거주자가 많은 데다 주택 건설을 제한하는 법과 규제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욕 같은 대도시에 부동산을 가진 외지인들도 집값 상승에 일조했다.

결국 많은 중산층 주민들은 값비싼 대도시에서 벗어나고 있다. 또 신규 고용도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엘리트 MBA뿐만 아니라 하급 관리자들과 평범한 기술자들도 필요로 한다. 대부분 회사들은 세금과 규제,비용도 함께 고려한다. 따라서 대기업이 슈퍼스타 도시를 탈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뉴욕에는 1960년대 160개의 대기업 본부가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휴스턴의 경우 1960년대 포천 500대 기업 본사는 하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20개로 불어났다.

또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슈퍼스타 도시로 분류되는 뉴욕과 LA의 새 일자리 증가율은 연 1%대에 머물렀지만 휴스턴과 댈러스 애틀랜타 샤롯데는 2%를 기록했으며 피닉스와 리버사이드는 3%를 넘겼고 라스베이거스는 6%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2025년까지 뉴욕시 인구가 100만명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거 여건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슈퍼스타 도시들도 과거 사람들을 유인했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보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산층을 얼마나 잘 육성하고 유인하느냐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정리=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이 글은 '도시: 글로벌 히스토리(The City: A Global History)'란 책의 저자인 조엘 코트킨 뉴아메리카재단 특별연구원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The Myth of Superstar Cities'란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