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엄격해지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차를 빼 달라"는 이웃 주민의 요청을 받고 혈중알코올 농도 0.185%의 만취 상태에서 차를 6m 정도 운전한 박모씨(44)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죄를 적용해 원심대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사정이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약속을 어겨야 할 정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말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회식을 하다 주차단속반의 경고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차를 옮기기 위해 14m를 주행한 이모씨와 친구의 빌라에서 술을 마시다 "거주자 차량이 아니니 차를 빼 달라"는 연락을 받고 주차장 밖으로 5m쯤 운전하다 적발된 박모씨가 낸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창원지법도 2005년 대리운전기사가 "혼잡해서 손님을 찾기 힘드니 주차장 입구에 차를 대고 기다려 달라"고 해 상가 주차장 밖 도로까지 5m를 운전하다 단속된 조모씨에 대해 면허취소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물론 아직도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는 생계형 운전자들을 구제해주는 '따뜻한 판결'을 내리고 있기는 하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달 초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다 이웃 주민의 항의로 승합차를 10m쯤 떨어진 인근 도로로 옮기는 도중 적발된 최모씨가 "노모와 어린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면허가 꼭 필요하다"며 낸 운전면허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면허 취소로 인한 공익적 목적보다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을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에서다.

창원지법도 최근 주차장에서 관리인의 요구로 차를 빼려다 면허 취소를 당한 이모씨가 낸 소송에서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놓아 운전할 의사가 없었고 주차관리인의 요구로 짧은 거리를 운전한 점을 감안하면 면허 취소는 과중한 처벌"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생계형 운전자들에 대해서도 엄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5년 술에 취해 개인택시를 30m쯤 몰다 단속에 걸린 강모씨가 "면허가 취소되면 가족의 생계를 감당할 수단이 없다"며 낸 면허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면허 취소는 적법하다"며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