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중소 TV업체들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과 중국 저가 TV업체의 틈바구니에 끼여 설 자리를 잃어가던 중소업체들이 새로운 '살길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중소 TV업체들의 생존전략은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시장에 뛰어들어 생존을 도모하는 '틈새 공략형'과 △건설업·환경사업·유전개발업 등 TV 제조와는 무관한 사업으로 진출하는 '업종 전환형'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기업을 피하라(틈새 공략형)


LCD TV 전문 기업인 디보스는 지난해부터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TV보다 호텔 등에 공급하는 상업용 TV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60% 수준이었던 상업용 TV 비중을 현재 80%까지 끌어올리고,DID(광고용 정보디스플레이)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냉장고와 달리 반도체를 냉매로 이용한 '반도체 냉장고'를 판매하는 등 이색 가전사업에도 진출했다.

'에이텍'도 마찬가지.이 회사는 기존 주력 사업인 LCD TV와 모니터에 이어 최근 교통 통제실이나 노래방 등에 쓰이는 상업용 디스플레이인 '멀티 디스플레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상업용 TV에 주력하는 까닭은 가정용 LCD TV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 진출(업종 전환형)

1980년대 중반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이어 국내 3위 브라운관 제조 업체였던 KDS(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는 최근 건설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지난해 9월부터 경남 통영에 1000가구가량의 아파트를 건설하기 시작해 내년까지 건설 사업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LCD TV 전문 기업인 우성넥스티어도 업종 전환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LCD TV 외에 LED 백라이트유닛(BLU)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환경 관련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디바이스는 아예 '유전 개발 사업'을 신사업으로 채택했다.

지난 1월 시스윌,제누원홀딩스그룹과 함께 러시아 유전 개발 업체인 '웨스트오일(West Oil)'의 지분 100%를 인수한 이 회사는 이달부터 러시아 현지에서 오일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중소업체 살길 찾기 성공할까

이처럼 중소 TV업체들이 변신을 꾀하는 까닭은 기존 TV사업의 한계 때문.디지털TV 성장기였던 2005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 패널을 공급받아 단순 조립해 팔았지만,최근 디지털TV 가격 급락으로 대기업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KDS 관계자는 "대기업보다 100만원까지 싸게 팔아도 브랜드 파워가 뒤지는 탓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TV업체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사업 체질 개선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새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라며 "최근 대기업들이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는 상업용 TV와 DID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고,TV업종과는 전혀 다른 신규 사업에서도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