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건복지부 업무 보고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복지 예산이 환자나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데 주로 쓰였지만,앞으로는 이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복지 지출예산의 급격한 증가세도 막고 복지투자의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게 복지부의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올바른 방향성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새로운 사업들이 정교한 계획 없이 의욕만 앞세워 추진될 경우,또 다른 자원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선제적 투자의 대표적인 분야가 연령·계층별 건강투자 방안과 취약계층에 대한 투자다.

건강투자 부문에선 △임산부의 출산 전 검사 무료화 △6세 미만 아동의 외래진료시 본인부담금 완화(성인의 50%) △생애전환기 연령층(16·40·66세) 무료 건강검진 확대 △국가 암검진사업 확대(300만명→375만명) △방문 보건인력 2000명의 보건소 배치 사업 등이 새로 추가됐다.

요보호시설 청소년 2만6000명에게 후견인(또는 후견기업)과 정부가 매월 3만원씩을 각각 통장에 적립해 사회 진출시 종자돈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아동발달계좌(CDA) 사업과 취약지역 아동(12세 미만)과 임산부에게 건강·교육 등의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등은 취약계층들이 정부의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올해부터 시행된다.

또 1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저소득층 근로능력자들에게 노인·중증장애인·산모·맞벌이부부·한부모 가정 등을 돌보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6만4000개를 지원해 이들의 자립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기존의 사회안전망 강화 사업도 그 나름대로 계속 확대·추진키로 했다.

예컨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를 위해 부양 의무자의 범위를 '생계를 같이하는 1촌 이내의 혈족'으로 축소하고 외국인 배우자에 대해서도 수급권을 부여키로 했다.

또 오는 6월부터 혼자 사는 15만명의 노인들에게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7000명을 파견해 이들의 안전확인은 물론 주거ㆍ영양ㆍ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같은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가속화된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장기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진료비를 하루 얼마,예컨대 치매환자는 하루 3만4900원 식으로 정해 놓는 '일당 정액수가제'를 도입,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의 의료수가 부담이 줄게 되고 환자들은 본인이 얼마의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지 예측 가능해지게 된다.

또 입원기간 동안 제공된 검사,수술,투약 등 의료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질병의 종류에 따라 진료비를 책정하는 질병군별 포괄수가제도(DRG)의 도입방안도 서두르기로 했다.

이규식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유시민 장관이 복지에 경제적 개념을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계획은 좋지만 정교하고 세밀한 사전조사와 실행계획이 없으면 또다른 예산낭비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