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奇和 < 전남대 교수·경제학 >

이자제한법에 반대 입장을 보이던 재정경제부가 최근 들어 이자제한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어서 어떤 형태로든 이자제한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제안 이유는 사채(私債)시장의 금리가 턱없이 높고,이로 인해 개인 파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고 이자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6월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들의 연평균금리가 2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핏 보면 제도금융권에 비해 대단히 높은 금리로 이것이 입법 제안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채시장의 고금리는 생각과 달리 불합리한 것만은 아니 아니다.

예를 들어 모든 채권이 상환될 때의 기준 금리를 5%라고 하자. 그런데 채권자의 신용도가 낮아 대출 채권의 10%가 부실화해 전혀 회수(回收)될 수 없다 하자. 그러면 대부업계는 16.7%의 금리를 부과해야 기준 금리 5%일 때의 이익을 얻게 된다. 대출 채권의 3분의 1이 회수될 수 없다면 57.5%,그리고 50%가 회수될 수 없다면 110%의 금리가 부과돼야 한다. 법률안의 제안 이유에서처럼 사채이용자의 85%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채무를 이행할 수 없다면 대부업체는 600%의 금리를 부과해야 한다.

실제 대부업계가 부과하는 금리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년 대형 대부업체의 대부금리는 평균 59.0%였다. 이러한 금리수준은 2003년 말 6%도 되지 않았던 회사채 금리에 비하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이들 업체의 대손상각비율은 30%에 이르렀다. 여타 비용을 고려하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소규모 대부업체의 경우 고정비용이 상대적으로 많고 부실 채권의 비율도 더 클 것이므로 금리는 이보다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사채시장의 금리가 높은 것은 악덕(惡德) 사채업자들의 폭리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높은 개인들이 주로 사채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자제한을 하게 되면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개인들의 고통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게 된다. 이는 현실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다. 2002년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대부업체의 최고 이자율은 연 66%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무등록업체를 이용하는 개인들은 법 시행이전의 평균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사(私)금융 피해상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등록업체의 이자율은 113%인 데 비해 무등록업체 간의 이자율은 197%로 양극화됐다. 법 시행으로 신용이 낮은 개인이 주로 무등록업체를 이용하게 돼 이들 업체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졌다면,이들 업체의 금리는 틀림없이 예전에 비해 상승했을 것이다. 그래서 무등록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고통은 더 커졌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불법적인 대부업체가 더욱 빈번하게 폭력 등의 방법에 의존해 이자를 받아내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계약을 보호받을 수 없으면 불법적인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단속으로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두 당사자의 합의로 이뤄지는 거래를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를 단속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병원비와 같이 급전(急錢)이 필요하여 어쩔 수 없이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려고 하는데,이를 해결해주지도 못하면서 단속하는 것은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자를 제한하고자 하는 입법안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것으로 본래의 입법의도를 실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반대로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크게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자를 제한하기보다 신용이 낮은 개인이 제도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 이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현실적인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