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재직시 비리가 있었던 판·검사는 영원히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단 말씀입니까."

지난 26일 대한변호사협회 정기총회장에서는 새로 개정되는 변호사 등록규칙안을 놓고 대의원(변호사)들이 집행부에 항의성 질문을 쏟아냈다. 문제가 된 것은 변호사 등록시 '퇴직 판·검사 등 공무원이 재직 중 비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서면'을 제출하라는 내용의 조항.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이 조항이 추가된다면 재직시 문제가 있었던 판·검사들은 실질적으로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며 큰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자 집행부는 진땀을 흘려가며 대의원들에게 이 조항을 만든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집행부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공무원들을 영구히 등록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비위 사실이 없는 공무원은 거의 무조건 통과시켜 주고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해 심사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등록 절차가 수월해 질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 조항 역시 최근 법조계에 쏟아지고 있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집행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대의원들은 안심할 수 없었던지 "모든 대의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조항을 굳이 밀어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총회에서 여러 의안이 심의되는 동안 한마디도 안하던 대의원들이 이 사안에 관해서 만큼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보기드문 광경을 연출한 것이다. 결국 집행부는 해당 조항을 '재직 중 비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서면'에서 '비위 사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련된 서면'으로 완화하기로 즉석에서 바꿨다.

44대 변협 회장으로 선출된 이진강 변호사는 이날 총회 직후 "우리나라의 변호사 윤리규정은 미국 등 외국의 변호사 윤리만큼 구체적이지 못하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게 바람직한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리 판·검사가 행여 변호사가 되지 못할까봐 지나친 걱정까지 해주는 변협 대의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회장의 당선 소감 역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훈 사회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