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장바구니 물가에 본격 주름살을 지우기 시작했다.

생수 콜라 주스 등 음료수에 이어 밀가루,라면,스낵,식용유 등 거의 모든 식료품 가격이 이미 올랐거나 내달 중 최고 20%까지 인상된다.

식음료업체들은 최근 2~3년 새 이상기온 등의 여파로 밀,콩,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이를 원재료로 만드는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화가 강세여서 국제 곡물가격이나 원유가격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데 단순히 원자재 가격 인상만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도미노식 가격 인상 본격화

최고 20%에 달하는 가격 인상에 대해 관련업체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최근 2년6개월 새 오렌지 원액 가격이 3배 가까이 급등했다"며 "원화 강세를 감안하더라도 원재료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오렌지 농축액 가격의 바로미터인 뉴욕 오렌지선물가격은 2004년 t당 1029달러에서 지난달 3091달러로 3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오렌지 관련 제품 가격 인상은 2005년에 2~3% 단 한차례 인상에 그쳤다는 것.

밀가루도 호주 생산량이 지난해 전년 대비 43%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과 재고량이 크게 줄어 원맥 가격이 최근 연초보다 30% 이상 급등했다.

수입 대두 값은 작년 6~7월 270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300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가격 안정 노력은 '미흡'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 상승 흡수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업체들이 이상기온에 대비한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 노력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천수답식 경영의 책임을 손쉽게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선물가격의 영향을 받아 현물가격이 오르면 선물거래를 통해 간단히 헤지거래를 하면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연간 3만t의 오렌지 농축액을 사용하는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통상 1년치 물량을 확보하고 물량이 바닥나기 전 3개월 전에 또다시 1년치 물량을 계약한다.

이러다 보니 선물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선 급등한 원자재 가격에 맞춰 물량을 확보할 수밖에 없고,재고물량이 바닥나면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는 것.롯데칠성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원자재 가격이 오를 줄 몰라 대부분 식음료업체들이 선물거래를 통한 헤지를 하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2~3주는 오르기 전 값 판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에선 이번 식음료가격 인상이 즉시 반영되지 않는다.

재고물량이 소진되려면 2주 이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상범 이마트 라면·스낵 담당 바이어는 "어제 가격 인상 요청을 받고 협상 중"이라며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은 재고물량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업체들의 인상 발표일로부터 짧게는 2주,길게는 한 달 뒤에 가격이 오른 신상품을 취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