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 추대 진통] "70대는 안된다" 세대교체 주장에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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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가 가까워 오면 전경련 회장 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정기 총회가 열리고 있던 27일 낮 12시께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대회의실은 눈에 띄게 술렁거리고 있었다.
발언을 신청한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느닷없이 '70세 불가론'을 전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단상에 앉은 회장단 구성원이 마이크를 잡은 것 자체도 이례적이었지만 발언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돼 왔고 이날 추대받을 것이 확실시되던 조석래 효성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내분사태
현재 전경련 회장단 가운데 강신호 회장(80)을 제외하면 70대 회장은 조석래 회장(72)과 이준용 회장(70)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강 회장이 제게도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저는) 나이가 많아서 거절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제 나이가 올해 70이지만 저는 이미 65세 때부터 '70세 가까이 되면 전경련 회장직 쳐다보지도 말라'고 이야기해 왔다"고 말했다. 결국 이 회장은 자신이 전경련 회장직에 뜻이 없다는 사실을 에둘러 설명하면서 조 회장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백히 한 것이다.
그제서야 참석자들도 그동안 전경련이 차기 회장 선출문제를 놓고 진통을 거듭해온 배경을 이해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이 회장의 발언내용으로 미뤄볼 때 조 회장을 지지하는 회장단과 반대하는 회장단이 첨예하게 갈려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이 회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회장 홀로 '조 회장 추대'에 반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경련 활동 더욱 위축될 듯
이 회장의 공개적인 반발로 차기 회장 선출이 무산되면서 전경련의 미래는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지게 됐다. 강 회장 재추대에 이어 조 회장의 합의 추대에 실패함으로써 대외 이미지에도 큰 손상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장단 내 반목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름으로써 전경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역시 곱지 않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전경련 회장단회의 참석률이 낮은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그룹들도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는 전경련에 더 이상 애착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전경련이 '망신'을 당한 것과 별도로 회장단 선출이 계속 지연되고 전경련의 위상이 급전직하할 경우 산적한 재계 현안들을 처리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깊어지고 있다. 사실 올해는 대선 정국을 맞이해 여야 후보를 상대로 재계의 목소리를 내고 각종 경제공약들을 평가해야 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다. 누가 회장이 되느냐에 따라 활동 폭과 내용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전경련의 특성을 감안할 때 새 회장 선출 지연은 재계의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잇단 추대 실패로 갈등만 키워
지난달 25일 전경련 회장단은 차기 회장으로 강 현 회장을 재추대했지만 그후 한 달여 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변화들이 일어났다. 강 회장이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고,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까지 현 전경련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전경련 부회장직을 사퇴해 파란을 예고했다. 이어 이 회장 등 다른 회장들까지 기존 체제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강 회장은 3연임을 포기하고 말았다.
큰 상처를 입은 전경련은 어쩔 수 없이 총회를 연기,다시 차기 회장직 인선을 준비했다. 조 회장,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고 회장단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극비 회동을 수차례 거듭하며 차기 회장 인선에 공을 들였다. 이런 와중에 회장단 중에서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고 가장 연장자인 조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조석래 대세론'은 지난 주말을 고비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날 총회에 참석한 이 회장이 회장 선출을 위한 전형위원회 참가를 거부하고 조 회장 추대에 사실상 반대표를 던지면서 끝내 추대 합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조일훈·장창민·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정기 총회가 열리고 있던 27일 낮 12시께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대회의실은 눈에 띄게 술렁거리고 있었다.
발언을 신청한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느닷없이 '70세 불가론'을 전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단상에 앉은 회장단 구성원이 마이크를 잡은 것 자체도 이례적이었지만 발언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돼 왔고 이날 추대받을 것이 확실시되던 조석래 효성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내분사태
현재 전경련 회장단 가운데 강신호 회장(80)을 제외하면 70대 회장은 조석래 회장(72)과 이준용 회장(70)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강 회장이 제게도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저는) 나이가 많아서 거절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제 나이가 올해 70이지만 저는 이미 65세 때부터 '70세 가까이 되면 전경련 회장직 쳐다보지도 말라'고 이야기해 왔다"고 말했다. 결국 이 회장은 자신이 전경련 회장직에 뜻이 없다는 사실을 에둘러 설명하면서 조 회장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백히 한 것이다.
그제서야 참석자들도 그동안 전경련이 차기 회장 선출문제를 놓고 진통을 거듭해온 배경을 이해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이 회장의 발언내용으로 미뤄볼 때 조 회장을 지지하는 회장단과 반대하는 회장단이 첨예하게 갈려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이 회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회장 홀로 '조 회장 추대'에 반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경련 활동 더욱 위축될 듯
이 회장의 공개적인 반발로 차기 회장 선출이 무산되면서 전경련의 미래는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지게 됐다. 강 회장 재추대에 이어 조 회장의 합의 추대에 실패함으로써 대외 이미지에도 큰 손상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장단 내 반목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름으로써 전경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역시 곱지 않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전경련 회장단회의 참석률이 낮은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그룹들도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는 전경련에 더 이상 애착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전경련이 '망신'을 당한 것과 별도로 회장단 선출이 계속 지연되고 전경련의 위상이 급전직하할 경우 산적한 재계 현안들을 처리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깊어지고 있다. 사실 올해는 대선 정국을 맞이해 여야 후보를 상대로 재계의 목소리를 내고 각종 경제공약들을 평가해야 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다. 누가 회장이 되느냐에 따라 활동 폭과 내용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전경련의 특성을 감안할 때 새 회장 선출 지연은 재계의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잇단 추대 실패로 갈등만 키워
지난달 25일 전경련 회장단은 차기 회장으로 강 현 회장을 재추대했지만 그후 한 달여 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변화들이 일어났다. 강 회장이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고,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까지 현 전경련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전경련 부회장직을 사퇴해 파란을 예고했다. 이어 이 회장 등 다른 회장들까지 기존 체제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강 회장은 3연임을 포기하고 말았다.
큰 상처를 입은 전경련은 어쩔 수 없이 총회를 연기,다시 차기 회장직 인선을 준비했다. 조 회장,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고 회장단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극비 회동을 수차례 거듭하며 차기 회장 인선에 공을 들였다. 이런 와중에 회장단 중에서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고 가장 연장자인 조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조석래 대세론'은 지난 주말을 고비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날 총회에 참석한 이 회장이 회장 선출을 위한 전형위원회 참가를 거부하고 조 회장 추대에 사실상 반대표를 던지면서 끝내 추대 합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조일훈·장창민·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