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절 코앞인데 "태극기는 외로워" … 매년 주문량 20%씩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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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이틀 앞둔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훈빌딩 1층.국내 최대 태극기 제조업체인 ㈜동산기획의 이면식 이사(48)는 매출 장부를 들춰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오전 내내 아파트 부녀회와 구청 몇 군데서만 주문이 들어왔을 뿐이다.
"태극기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특허를 4개나 받았어요.
바람에 잘 말리지 않는 태극기도 그때 만든 거예요.
이거 되겠다 싶어 연구비만 1억원 들였죠." 3·1절 광복절 등 1년에 다섯 번 있는 국가 기념일 고정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다가,2006년 독일월드컵을 겨냥한 투자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태극기 매출이 고개를 든 적은 없었다.
태극기가 홀대받고 있다.
전국의 거리가 태극기 물결로 넘쳐났던 2002년 월드컵 응원의 기억도 잠시,3·1절 등 국가 기념일에도 태극기를 찾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때 애국심의 상징이었던 국기가 어느덧 국가주의나 집단주의의 잔재쯤으로 치부되는 급변한 세태 탓이다.
그 틈에 끼어 판로를 잃은 영세 태극기 제조업체들은 상업용 이벤트 배너,만국기,단체기 제작 등으로 생존 전략을 바꾸는 등 시장적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산기획도 마찬가지다.
이면식 이사는 "매년 주문량이 20%가량 줄어드는 것 같다"며 "주가 대세 하락장과 같은 형국이라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올해 3·1절과 관련해 접수된 주문량은 약 3만장으로,지난해(5만장)보다 40%가량 줄었다.
그나마 올해는 정부까지 나서 3·1절에 태극기를 달도록 홍보해준 결과라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국내 태극기 수요(약 20억원어치)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업체가 이 정도면 다른 영세업체는 보나마나가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이사에게 2002년 월드컵은 정말 꿈만 같았다.
"새벽에 서로 먼저 달라고 현금을 들고 줄을 섰어요.
도매상들이 서로 싸우는 통에 잠 한숨 못 자고,하루 2만장씩 쉴틈없이 만들어도 주문을 대기 힘들었죠."
태극기 제조업계에선 태극기 수요 급감 현상을 사회적 인식의 변화 탓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엇인가에 종속되고 싶어하지 않는 신세대들의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감안하면 국가 상징물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게 이 이사의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독일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탓에 수십만장의 재고물량도 짐이 됐다.
가격도 2002년에 비해 15%가량 하락하는 등 수익성도 낮아졌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이 이사는 "국가나 국가 상징물에 대한 존경심을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는 것 같아 큰 재미를 보긴 틀렸다"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인터넷으로 번지고 있는 온라인 태극기 게양캠페인이 오프라인 판매업체들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오전 내내 아파트 부녀회와 구청 몇 군데서만 주문이 들어왔을 뿐이다.
"태극기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특허를 4개나 받았어요.
바람에 잘 말리지 않는 태극기도 그때 만든 거예요.
이거 되겠다 싶어 연구비만 1억원 들였죠." 3·1절 광복절 등 1년에 다섯 번 있는 국가 기념일 고정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다가,2006년 독일월드컵을 겨냥한 투자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태극기 매출이 고개를 든 적은 없었다.
태극기가 홀대받고 있다.
전국의 거리가 태극기 물결로 넘쳐났던 2002년 월드컵 응원의 기억도 잠시,3·1절 등 국가 기념일에도 태극기를 찾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때 애국심의 상징이었던 국기가 어느덧 국가주의나 집단주의의 잔재쯤으로 치부되는 급변한 세태 탓이다.
그 틈에 끼어 판로를 잃은 영세 태극기 제조업체들은 상업용 이벤트 배너,만국기,단체기 제작 등으로 생존 전략을 바꾸는 등 시장적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산기획도 마찬가지다.
이면식 이사는 "매년 주문량이 20%가량 줄어드는 것 같다"며 "주가 대세 하락장과 같은 형국이라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올해 3·1절과 관련해 접수된 주문량은 약 3만장으로,지난해(5만장)보다 40%가량 줄었다.
그나마 올해는 정부까지 나서 3·1절에 태극기를 달도록 홍보해준 결과라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국내 태극기 수요(약 20억원어치)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업체가 이 정도면 다른 영세업체는 보나마나가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이사에게 2002년 월드컵은 정말 꿈만 같았다.
"새벽에 서로 먼저 달라고 현금을 들고 줄을 섰어요.
도매상들이 서로 싸우는 통에 잠 한숨 못 자고,하루 2만장씩 쉴틈없이 만들어도 주문을 대기 힘들었죠."
태극기 제조업계에선 태극기 수요 급감 현상을 사회적 인식의 변화 탓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엇인가에 종속되고 싶어하지 않는 신세대들의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감안하면 국가 상징물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게 이 이사의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독일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탓에 수십만장의 재고물량도 짐이 됐다.
가격도 2002년에 비해 15%가량 하락하는 등 수익성도 낮아졌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이 이사는 "국가나 국가 상징물에 대한 존경심을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는 것 같아 큰 재미를 보긴 틀렸다"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인터넷으로 번지고 있는 온라인 태극기 게양캠페인이 오프라인 판매업체들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