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증시까지 폭락, 총체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대체로 올해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지는 '상저 하고'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처럼 수출 부문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면 하반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 둔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지수는 작년 12월보다 1.3% 늘어나는데 그쳤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서는 7.4% 늘었으나, 조업일수 변동을 적용할 경우 증가율이 1.4%에 불과하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경기 선행지수의 작년 동월 및 전월대비 상승률 역시 각각 4.6%, 0.2%에 머물렀다.

두 수치 모두 작년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다.

현재 경기를 반영하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 역시 100.6으로 작년 12월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한마디로 경기가 계속 내리막이고, 아직 회복 조짐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상대적 반등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순환변동치 등의 둔화 흐름이 굳어질지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작년 11월 정점을 거친 이후 경기가 계속 약해지는 사실을 인정하했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모두 떨어진 것은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경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상수지 5개월 만에 적자


경기 지표 뿐 아니라 최근 수년간 부진한 내수를 대신해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및 국제수지의 연초 통계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상품수지 흑자는 12억1천만달러로 작년 12월보다 7억4천만달러 줄어 작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월 수출(통관기준)은 6억6천만달러 감소한 281억2천만달러에 그쳤다.

노사분규 등으로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4억6천만달러 줄었고,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은 277억8천만달러로 전달보다 2억6천만달러 늘었다.

한은 역시 상품수지 흑자 감소에 대해 "계절적 요인, 유가 및 반도체 가격 등 불규칙한 요인에 따른 것으로 올해 전체 추세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올해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품수지 부진에 사상 최대 규모의 여행수지 적자까지 더해져 지난달 경상수지는 5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작년 3.4분기 경기지표가 좋아졌을 때 추세로 보기 어렵다고 전망한 것처럼, 올해 2.4분기 정도에야 경기가 저점에 이를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경상수지나 수출 등의 지표로 미뤄 회복세가 매우 더디거나 하반기 회복되더라도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도 출렁


연초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주가도 이날 폭락, 오전 한때 1천300대로 추락한 뒤 오후 2시40분 현재 39.17포인트(2.69%) 떨어진 1천415.43에 머물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기 침체 가능성 언급과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를 앞둔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위안화 절상 및 금리인상 가능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반응이 다소 지나치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언급대로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빠르게 식을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과 경기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금융당국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출렁 하자 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들어 우리나라 증시의 주가 상승은 해외 영향을 많이 받은 측면이 있다"며 "중국의 급락으로 우리도 영향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의 조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의 해외펀드 투자자에게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다"며 "해외펀드도 큰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흥 시장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국내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