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없는 정치가 어디 있나."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차기 대통령 자질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이 전날 인터넷매체들과의 회견에서 "정치를 잘아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 데 대한 대응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경제하는 대통령' 얘기를 하는데,15대 대선 때도 여론조사를 하면 경제하는 대통령,16대 때도 경제하는 대통령이 항상 높게 나왔다"면서 "그러면 그때 시대정신이 경제였겠느냐.경제는 어느 때나 항상 나오는 단골메뉴이며,진정한 의미에서의 시대정신은 (시기마다) 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 모임인 '고경아카데미' 주최 조찬특강에서 "요즘은 경제가 정치"라며 "21세기에 경제 없는 정치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이 거론한 '경제하는 대통령'이 바로 자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의 핵심 측근도 "지금은 경제회생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경제를 잘아는 지도자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그러나 "산업시대를 비판하는 사람은 70,80년대에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라고 했던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해선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

내가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민주화 세력이 아니냐"며 진화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손학규 전 지사와 박근혜 전 대표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날도 이어갔다.

손 전 지사는 '빈둥빈둥'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한국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축사를 통해 "우리 민주화운동,노동운동,인권운동 세력은 70,80년대에 빈둥대고 놀지 않았다.

사회를 위해 열심히 투쟁했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세력을 나누는 구시대적이며 낡고 분열적인 사고로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문득 70년대 노동자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선에서 피를 흘리며 투쟁했던 민주화운동,노동운동,인권운동 동지들이 생각난다"며 "X바가지를 뒤집어쓰면서도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온 몸을 바쳤고 분신하며 노동현장을 지켜왔다"고 핏대를 올렸다.

호남방문 이틀째를 맞은 박 전 대표는 개그맨 유재석씨를 예로 들면서 "그의 인기비결은 무엇보다 가식없고,진실되고,사생활이 깨끗하기 때문"이라며 "지도자가 진실되게 국민을 대하고,도덕적으로 깨끗하고,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으며 선진화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해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이 전 시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