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우리 지역에선 부촌(富村)이랍니다. 그럼 뭐 합니까. 인정이 없는 걸. 연세 드신 분들이 사소한 일로 어찌나 다투는지. 양보라곤 모르는 것 같아요."
앞의 것은 은퇴한 뒤 시골마을에서 텃밭을 가꾸며 이웃 어르신들에게 이발 봉사를 하는 60대,뒤는 현직을 떠난 장·노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고급아파트 관리소장의 얘기다. 후자에 속하는 이들의 경우 화려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는 듯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듯하면 버럭 화를 낸다는 것이다.
인생 후반,그러니까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셈이다. 평균수명은 78.63세(남성 75.14세,여성 81.89세)인데 은퇴 나이는 55세 전후라는 마당이다. 정년까지 일한다고 해도 20여년은 족히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장차 달라질 것이라지만 아직은 정년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졸지에 일터에서 내몰린 이들이 허다했거니와 이제 평생직장은 없다. 살다 보면 언제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처럼 세상에 휘둘려 허허벌판 한데로 내몰릴지 모른다. 40∼50대 70%가 제2의 인생을 설계하거나 하려 한다는 조사결과는 그 같은 절박함의 표시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라는 대목이다. 조사 대상자의 약 절반이 안정된 전직이나 재취업을 원했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55~64세 고용률은 1990년 61.9%에서 2005년 58.7%로 떨어지고,55세 이상 근로자 74%가 농림·서비스·단순노무직에 종사한다는 통계만 봐도 그렇다.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다. 분명한 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프 타임'의 저자 밥 버포드는 말한다.
"인생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후반전의 목표를 확실히 해야 한다. 성공과 가치 중 하나를 택해 구체적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허탈이나 절망 앞에 서게 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