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폭락 쇼크로 외환 및 채권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28일 원·엔 환율은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과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의 다른 통화 자산에 투자) 축소 가능성 제기에 따른 글로벌 엔화강세 여파로 무려 100엔당 17원12전이나 급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엔화강세가 이어질 경우 원·엔 환율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금리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장 초반 급락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을 흡수하며 보합세로 마감했다.

◆원·엔 환율 한 달 만에 최고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원 오른 941원8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이후 근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그동안 엔화약세를 예상해 엔화를 팔고 원화를 샀던 원·엔 관련 역외세력이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반대로 원화를 내다파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고 전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받은 미 달러화를 해외시장에서 팔아 일본 엔화를 사는 거래가 반복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1월 경상수지가 5개월 만에 적자를 보이고 올해 외국인 주식배당금이 크게 늘어난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3시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2.23달러 떨어진 달러당 118.19엔에 거래됐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전날 엔캐리트레이드 확대의 위험성을 지적한 이후 일각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을 엔·달러 환율로 나눠 계산하는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796원85전으로 17원12전이나 올랐다.

하루 상승폭으론 2003년 3월10일 이후 최대폭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원·달러는 크게 움직일 요인이 없지만 엔·달러 환율의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아 원·엔 환율이 단기간에 800원을 넘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등의 추가긴축과 미국의 경기부진 달러화 약세가 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지만 엔화강세 요인이 크기 때문에 원·엔 환율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쇼크 금리영향은 제한적

금리는 이날 장초반 3년 만기 국고채금리가 0.04%포인트 떨어지는 등 급락세(채권가격 급등)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다시 반등하며 전날과 같은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다.

중국발 쇼크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데다 전날 미국채 가격이 급락한 영향을 받았지만 단기 급락에 대한 가격 부담과 여전히 높은 수준인 단기금리 등이 하락세를 제한했다는 평가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경기 부진 등으로 장기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잠재하지만 추가적인 하락폭은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증시의 폭락은 글로벌 경제의 침체를 의미한다기보다는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던 중국 증시의 과열이 여러 악재를 통해 한꺼번에 해소된 성격이 짙다"며 "단기적으로는 채권투자 심리에 우호적일 수 있지만 추세적인 하락세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