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아우내장터서 유관순 열사와 만세 운동
"요즘 사람들 나라잃은 슬픔 몰라. 세상 욕만 하는 백성도 잘못"


"나라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큰 줄 알아? 지금도 일본 소리만 들으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니까…"

3.1 운동에 참여했던 독립투사로 생존자인 임엽(여.104.법명 유정) 스님은 당시 상황을 묻는 기자에게 "요즘 친구들은 나라 잃은 슬픔을 잘 모른다"며 타박부터 시작했다.

경기 양평군 용수사 주지스님인 임씨는 1919년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에서 자신보다 한 살 많았던 유관순 열사와 함께 죽을 힘을 다해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1903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난 임씨는 집성촌이 있는 천안에 머물던 중 역사적인 그 날의 만세운동에 참가했다.

"사람들이 `동천 마당에서 난리났다'고 그러더라고. 그 때는 거기(아우내)를 동천이라 불렀거든. 가보니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 내가 그 나이에 무슨 혁명투사, 독립투사였겠어. 아무 것도 모르고 끼게 된 거지."
임씨는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그는 "일본 사람들 횡포가 말도 못했지. 순사들이 우리한테 장총을 겨누더니 막 쐈어. 죽어나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어. 애 어른 할 것 없이 죄다 쏴 죽였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임씨가 불가에 귀의한 것은 스무살 무렵이던 1920년대 중반.

첩자로 오인받아 고문을 받은 뒤 산사에서 휴양을 하던 중 승려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어느덧 절에서 보낸 세월이 90년 가까워졌고 100세를 넘어섰지만 아직도 산에서 나물을 캘 정도로 정정하다.

임씨는 요즘도 3.1 운동 당시 일본 헌병에게 잡혀가던 유관순 열사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유관순이 태극기를 양손에 들고 만세삼창을 하는데 가슴 쪽 천에는 `내나라 내놔라'라고 씌어 있었어. 일본 순사들이 '주동자다' 그러면서 잡아갔지…"

임씨는 올해 3.1절에는 서울에 올라가 젊은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다.

한민족운동단체연합과 불교조계종대각사, 독립유공자유족회 등의 주관으로 열리는 `3.1문화대제전'에 참석해 젊은 친구들에게 1919년 당시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줄 계획이다.

"죽어가면서 옥살이 하면서 나라 살리려고 했던 사람들은 다 죽었고, 꾀부린 사람들만 살아남았어. 그 때 독립운동 했던 사람들은 다들 힘들게 살다 갔어. 백성들도 고쳐야 할 것이 많아. 세상이 못 됐다고 욕만 하면서 뒷짐을 지고 있으면 어떡해. 좋은 세상이 오도록 너나 할 것 없이 나서야지."


(양평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