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 참석차 평양에 머물고 있는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이 1일 북측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키로 하면서 그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면담은 이날 오전 남북 연락관 접촉에서 전격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어느 쪽이 먼저 제의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상임위원장이 주로 머무는 곳이자 국회의사당 격인 만수대의사당이 면담장소다.

양창석 통일부 대변인은 면담 배경에 대해 "남측 수석대표가 교체되면 관례적으로 김 상임위원장을 만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그야말로 `예방(禮訪)'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

이 경우 그냥 수석대표가 바뀐 것을 계기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전하는 형식이어서 이렇다할 의미 부여가 어려워진다.

우리측에서도 2005년 6월 서울에서 열린 15차 회담 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권호웅 단장 등 북측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김 상임위원장이 우리측 수석대표가 바뀔 때마다 만난 것은 아니어서 배경과 성격을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측 수석대표가 그를 면담한 것은 2차례지만 교체된 수석대표가 방북했다가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적도 2차례이기 때문이다.

2000년 8월 2차 회담 때 박재규(朴在圭) 당시 통일장관과 2002년 10월 8차 회담 당시 정세현(丁世鉉) 통일장관이 김 상임위원장을 만난 반면, 2005년 9월 16차 회담과 2006년 4월 18차 회담 때 각각 방북한 정동영(鄭東泳), 이종석(李鍾奭) 당시 통일장관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정동영 전 장관은 2005년 6.15행사 때 당국 대표단장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 상임위원장과 단독 면담에 이어 만찬까지 함께 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면담 당시의 정세를 연결시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0년 2차 회담 당시의 면담은 처음 평양에서 열린 장관급회담에서 6.15공동선언에 따라 남북 관계가 팽창하는 국면에서 이뤄진 반면 2002년 10월 8차 때는 제2차 북핵위기가 불거진 지 1주일 만에 면담이 이뤄졌다.

얼핏 보기에 면담과 정세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2차 때는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이는 과정에서 당시 회담기간에 박 장관이 김 상임위원장에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 면담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을 눈여겨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도 있었다.

2차 때의 흐름은 2005년 6월 당시 정동영 장관이 6.15행사 당국 대표단장으로 김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만난 데 이어 그 다음 날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한 것과 비슷한 정세와 모양새라는 설명인 것이다.

더욱이 이번 회담도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목적인 만큼 회담이 아니면서도 회담 이상의 성과를 낸 2005년 6.15행사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들 분석은 너무 단선적인 비교나 분석일 수 있지만 일련의 사례에 비춰 김 상임위원장에 이어 김정일 위원장까지 만날 것을 점치는 성급한 관측도 낳고 있다.

심지어 과거에도 이들 면담이 순차 진행된 점을 들어 김 상임위원장이 김 위원장에 앞서 `사전 면접'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 적도 있다.

이 같은 분석이 이번에도 들어맞을 경우 한반도 최대현안인 북핵 2.13합의의 이행이나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입장을 나누는 것은 물론 우리측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이번 면담을 예방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더욱이 일단 오후 4시 면담에 이어 5시에 공연관람 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면담 시간이 1시간이 채 안될 것이라는 점과 일단 독대가 아닌 대표단 전체와의 만남이 될 것으로 보는 예상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다만 아직까지 면담을 먼저 제의한 주체가 드러나지 않은데다 면담 상황에 따라 공연관람에는 불참할 수도 있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