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규 사장은 후배 벤처기업인들로부터 '실패 전문가'로 통한다.

스스로도 '벤처기업인이 겪을 수 있는 실패는 다 겪어 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날 술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벤처기업이 망하는 주요 3요인'을 제시했다.

첫 번째 요인은 시장을 고려치 않는 제품 개발이다.

변 사장에 따르면 망하는 벤처기업의 약 90%가 이 단계에서 주저앉는다.

벤처기업인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보다는 자신들이 관심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시장에서 받아들이든 말든 '새로운 기술이다' 싶으면 무조건 내놓고 본다는 것.휴맥스도 초기에는 이러한 제품 개발 행태를 반복했다.

그 예로 변 사장은 1989년 창업과 함께 내놨던 자동차 후방 카메라를 들었다.

그는 "지금이야 점차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1980년대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하기에는 '너무 앞선' 기술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단계를 거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바로 자금 부족이다.

회사는 성장하는데 돈이 쌓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모자라지는 상황이다.

이 역시도 엔지니어 출신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으로 변 사장은 꼽았다.

기술 개발과 마찬가지로 자금 조달 역시 전문적인 영역인데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여겨 아마추어들에게 대충 맡기면 이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변 사장은 "휴맥스도 자금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주위에서 소개받은 관련 전문가를 영입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마지막 요인으로 꼽은 것은 바로 창업 공신들의 기득권 행사다.

기업이 성장하면 외부에서 새로운 인사들을 영입해야 하는데 이들이 기존에 똘똘 뭉쳐 있던 창업 공신들로부터 배타시되면서 기업 내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휴맥스도 매출 2000억~3000억원 단계에서 이러한 문제에 부딪쳐 수년간 매출이 정체됐다고 변 사장은 밝혔다.

당시 그가 문제 해결을 위해 택한 방법은 창업 공신들을 '내치는' 것이었다.

변 사장은 "이 과정을 통해 회사 내 기득권이 사라지면서 회사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며 "당시 떠난 사람들도 이런 선택을 이해해 줘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