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들인 전자상거래 '헛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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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 이상 예산을 들인 정부의 산업 부문별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사업이 현장에서 겉돌고 있다.
2000년 이후 예산 지원으로 설립된 48개 산업부문 B2B 전자상거래 업체 중 21%인 10개가 이미 폐업했거나 사업 중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현재 운영되고 있는 업체의 상당수도 온라인 B2B 거래는 이른바 '부업'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개 업체 폐업·홈페이지 접속 불능
1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산업 부문별 B2B 전자상거래를 진행하다 홈페이지 폐쇄 등 사업을 완전히 접은 업체는 현재 정밀화학 농축산 가구목재 건설 석유 완구 화훼 귀금속 등 8개사에 이른다.
산자부는 지금까지 이들 업체에 총 117억6400만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완구 관련 B2B 컨소시엄을 주도한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은 "완구 업종의 경우 부품이나 완제품에 대한 표준화가 어려운 데다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기업들이 많아 사이트 운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화훼사이트의 경우 2년간 10억원가량을 지원받고도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결국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잠금장치 업종 B2B 사이트의 경우 1년째 서버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등 사실상 사업 중단 상태다.
홈페이지 접속이 불안정한 또 다른 업종의 B2B 사이트 관계자는 "사이트 운영에 들어간 2003년 첫 해에는 출자 업체가 오프라인 주문으로 지원을 해 견뎌냈지만 다음 해부터 매출이 일어나지 않아 지금은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시계업종 "전자거래 매출은 7%뿐"
현재 홈페이지가 정상 작동되는 나머지 업종의 상당수 업체도 당초 설립 목적인 '기업 간 중개형 전자상거래'는 명목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간 중개형 전자상거래를 통해 주로 매출을 올리는 곳은 철강과 제지 업종 단 두 곳뿐이다.
이들을 제외한 업종 사이트의 경우 홈페이지를 '카탈로그'로만 활용하고 전화로 주문을 받아 어음으로 결제하는 오프라인식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종의 사이트 운영사 사장은 "직접 회사로 찾아온 한 업체 관계자와 어음 거래를 했다가 최근 1300만원을 떼였다"며 "온라인 거래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되지 않아 오프라인 거래에 손댔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업체들이 오프라인 상거래로 먹고 산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고 들려줬다.
시계업종의 전자상거래업체 EC글로벌은 아예 한글 맞춤법교정 소프트웨어 판매와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티머니시계 유통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로 생기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7%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절차 복잡하고 거래과정 노출 '부담'
이처럼 B2B 전자상거래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는 것은 거래 당사자인 중소기업들이 기존 거래 방식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거래 과정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세 이용 업체들이 많아 온라인 거래에 필수적인 신용·담보보증을 받기 어려운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중소업체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얻는 인센티브도 별로 없는 까닭이다. 산자부는 당초 △기업 간 전자상거래 매출의 0.5% 법인세 공제 △조달청 납품시 가점 부과 △부가세 면제를 제시했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은 매출의 0.3% 법인세 공제뿐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온라인 B2B 거래가 활성화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이 사업을 통해 부품·완제품의 표준화와 인프라 구축 등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2000년 이후 예산 지원으로 설립된 48개 산업부문 B2B 전자상거래 업체 중 21%인 10개가 이미 폐업했거나 사업 중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현재 운영되고 있는 업체의 상당수도 온라인 B2B 거래는 이른바 '부업'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개 업체 폐업·홈페이지 접속 불능
1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산업 부문별 B2B 전자상거래를 진행하다 홈페이지 폐쇄 등 사업을 완전히 접은 업체는 현재 정밀화학 농축산 가구목재 건설 석유 완구 화훼 귀금속 등 8개사에 이른다.
산자부는 지금까지 이들 업체에 총 117억6400만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완구 관련 B2B 컨소시엄을 주도한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은 "완구 업종의 경우 부품이나 완제품에 대한 표준화가 어려운 데다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기업들이 많아 사이트 운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화훼사이트의 경우 2년간 10억원가량을 지원받고도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결국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잠금장치 업종 B2B 사이트의 경우 1년째 서버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등 사실상 사업 중단 상태다.
홈페이지 접속이 불안정한 또 다른 업종의 B2B 사이트 관계자는 "사이트 운영에 들어간 2003년 첫 해에는 출자 업체가 오프라인 주문으로 지원을 해 견뎌냈지만 다음 해부터 매출이 일어나지 않아 지금은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시계업종 "전자거래 매출은 7%뿐"
현재 홈페이지가 정상 작동되는 나머지 업종의 상당수 업체도 당초 설립 목적인 '기업 간 중개형 전자상거래'는 명목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간 중개형 전자상거래를 통해 주로 매출을 올리는 곳은 철강과 제지 업종 단 두 곳뿐이다.
이들을 제외한 업종 사이트의 경우 홈페이지를 '카탈로그'로만 활용하고 전화로 주문을 받아 어음으로 결제하는 오프라인식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종의 사이트 운영사 사장은 "직접 회사로 찾아온 한 업체 관계자와 어음 거래를 했다가 최근 1300만원을 떼였다"며 "온라인 거래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되지 않아 오프라인 거래에 손댔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업체들이 오프라인 상거래로 먹고 산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고 들려줬다.
시계업종의 전자상거래업체 EC글로벌은 아예 한글 맞춤법교정 소프트웨어 판매와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티머니시계 유통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로 생기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7%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절차 복잡하고 거래과정 노출 '부담'
이처럼 B2B 전자상거래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는 것은 거래 당사자인 중소기업들이 기존 거래 방식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거래 과정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세 이용 업체들이 많아 온라인 거래에 필수적인 신용·담보보증을 받기 어려운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중소업체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얻는 인센티브도 별로 없는 까닭이다. 산자부는 당초 △기업 간 전자상거래 매출의 0.5% 법인세 공제 △조달청 납품시 가점 부과 △부가세 면제를 제시했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은 매출의 0.3% 법인세 공제뿐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온라인 B2B 거래가 활성화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이 사업을 통해 부품·완제품의 표준화와 인프라 구축 등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