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렬 <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krryoo@rist.re.kr >

"김박사! 이쪽 실험기기 밑에도 깨끗이 닦아야지!" "자! 자! 모두 여기 와서 함께 옮깁시다."

늘 조용하던 연구실과 실험실이 오늘은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몇 주 전 직원들의 대표기구인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협의회' 위원들이 찾아와 "분기별로 하루를 연구실과 실험실 청소하는 날로 정해 실천하겠다"며 자발적인 제안을 해온 후 처음 맞이하는 날의 아침 풍경이다.

어느덧 3월이다.

이때쯤이면 우리 모두들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주변을 한번 돌아보게 되고 불필요한 것들이 눈에 띄면 그것들을 정리,정돈,청소한다.

'정리(整理)'는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버리는 일이고 '정돈(整頓)'은 필요한 것들을 가장 사용하기 쉽게 배치하는 일이며 '청소'는 정돈상태를 점검하는 일이다.

즉 먼지가 없어야 할 곳은 쓸고,물기가 없어야 할 곳은 닦아주고 해서 모든 것들이 본래의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청소'인 것이다.

요즘 사회전반에 '혁신(革新)'이 화두이다.

'혁신'은 기존의 것들을 바로잡고 고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사전적인 의미에 주눅이 들어 정부나 기업들만이 행하는 무슨 거창한 일인 양 미리 재단(裁斷)할 필요는 없다.

나는 생산현장의 낭비요소를 찾아 신속하게 해결하려는 포스코의 QSS(Quick Six Sigma)운동과 원가절감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도요타의 가치혁신운동(Value Innovation) 등 소위 세계적으로 잘 나간다는 기업들이 펼치고 있는 활동도 '혁신'이지만 평소 잘 하지 않던 '청소'를 스스로 해보고 그것을 정례화하여 우리 주변이 한층 더 효과적이고,깨끗해진다면 그것 역시 '혁신'이라 생각한다.

'혁신'이란 기존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 그것을 반복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원장님! 대청소를 한 달에 한 번씩 해야겠습니다." "이제까지 안 하다가 갑자기 자주 하면 곧 싫증 날 걸세! 그냥 분기별로 하루씩만 하는 게 어때?"

오늘 우리는 다같이 청소를 했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작은 혁신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