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날씨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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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 < 논설위원 >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어떠한 대기흐름이나 자연현상 등을 활용해 날씨를 예측해왔다. 뿐만 아니라 날씨를 점치는 많은 징조들을 누구라도 쉽게 터득할 수 있도록 문자로 전해왔다. 예컨대 바빌론 사람들은 "태양에 해무리가 생기면 비가 내린다"는 기록을 점토판에 남겼는가 하면,그리스인 또한 매일의 평균 날씨를 석판에 새긴 특별한 달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들이 수렵이나 어로작업은 물론 항해를 떠나거나 농사를 짓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날씨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만 이처럼 높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면서 날씨 예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레저를 비롯 가전 식품분야 등 날씨에 영향을 받는 산업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날씨 경영'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다. 더욱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해마다 10억t씩 녹고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날씨 문제는 이제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날씨가 곧 '돈'이자 '생명'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일기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첨단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일기예보 적중률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상위성을 포함한 관측장비 및 네트워크의 확대와 계측기 개발도 보탬이 되긴했지만 무엇보다도 엄청난 연산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에 힘입은 바가 크다. 과학자들이 슈퍼컴을 활용해 공기의 거대한 덩어리인 '기단'의 운동을 수학적 모델로 만들어낸 후 기상예측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졌다는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첨단과학의 도움을 받더라도 날씨를 정확하게 맞출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기상관측 자료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그러한 자료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기는 조금만 변해도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불안한 상태이므로 비록 많은 관측자료를 활용하더라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1초에 수십만 번의 연산을 하는 슈퍼컴으로도 대기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유체역학방정식, 이른바 '날씨방정식'을 풀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일기예보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새해 들어 한파와 폭설 예보가 빗나간 데 이어 황사예보까지 오보를 내면서 기상청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고농도 황사를 예측하지 못해 기상청장이 사상 처음으로 사과성명을 낸 지 1년도 채 안돼 또다시 사과문을 발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권도 수백억원을 들여 슈퍼컴까지 설치해줬음에도 오보를 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물론 기상정보처리 능력이 세계4위 수준인 슈퍼컴을 갖추고도 예보 능력은 아직도 10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핵심장비만 갖췄다고 기상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슈퍼컴과 기상위성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해낼 수 있는 전문예보관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날씨예측은 과학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기상전문가들의 충고를 새겨야 할 때다.
kimks5@hankyung.com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어떠한 대기흐름이나 자연현상 등을 활용해 날씨를 예측해왔다. 뿐만 아니라 날씨를 점치는 많은 징조들을 누구라도 쉽게 터득할 수 있도록 문자로 전해왔다. 예컨대 바빌론 사람들은 "태양에 해무리가 생기면 비가 내린다"는 기록을 점토판에 남겼는가 하면,그리스인 또한 매일의 평균 날씨를 석판에 새긴 특별한 달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들이 수렵이나 어로작업은 물론 항해를 떠나거나 농사를 짓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날씨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만 이처럼 높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면서 날씨 예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레저를 비롯 가전 식품분야 등 날씨에 영향을 받는 산업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날씨 경영'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다. 더욱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해마다 10억t씩 녹고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날씨 문제는 이제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날씨가 곧 '돈'이자 '생명'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일기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첨단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일기예보 적중률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상위성을 포함한 관측장비 및 네트워크의 확대와 계측기 개발도 보탬이 되긴했지만 무엇보다도 엄청난 연산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에 힘입은 바가 크다. 과학자들이 슈퍼컴을 활용해 공기의 거대한 덩어리인 '기단'의 운동을 수학적 모델로 만들어낸 후 기상예측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졌다는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첨단과학의 도움을 받더라도 날씨를 정확하게 맞출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기상관측 자료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그러한 자료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기는 조금만 변해도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불안한 상태이므로 비록 많은 관측자료를 활용하더라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1초에 수십만 번의 연산을 하는 슈퍼컴으로도 대기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유체역학방정식, 이른바 '날씨방정식'을 풀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일기예보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새해 들어 한파와 폭설 예보가 빗나간 데 이어 황사예보까지 오보를 내면서 기상청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고농도 황사를 예측하지 못해 기상청장이 사상 처음으로 사과성명을 낸 지 1년도 채 안돼 또다시 사과문을 발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권도 수백억원을 들여 슈퍼컴까지 설치해줬음에도 오보를 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물론 기상정보처리 능력이 세계4위 수준인 슈퍼컴을 갖추고도 예보 능력은 아직도 10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핵심장비만 갖췄다고 기상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슈퍼컴과 기상위성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해낼 수 있는 전문예보관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날씨예측은 과학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기상전문가들의 충고를 새겨야 할 때다.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