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속보이는 '재료' 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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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아무리 좋은 호재가 있더라도 일부 사람만 알 때 가치가 있지, 모두가 알아버리면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코스닥 상장사들은 이 격언을 꽤 신봉하는 것 같다. 정보를 흘려 소문을 만들면서 정작 기자들이 소문을 뉴스화하려면 감추기에 급급한 곳이 적지 않다. 이러다 보니 주가는 오르는데 대다수 투자자들은 왜 오르는지 모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에스켐을 둘러싼 소프트포럼과 에스에프인베스트먼트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에스켐은 최근 황우석 박사의 후원자인 박병수 수암장학재단 이사장이 2대주주가 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시장의 관심은 에스켐에 과연 황우석 박사가 합류해 바이오 사업을 할지에 모아졌다. 그러나 책임있는 답변을 줘야 할 1대주주인 에스에프인베스트먼트나 관계사인 소프트포럼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소문만 무성해지면서 에스켐 주가는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럴 때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조회공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급등한 오엘케이의 경우를 보자. LCD(액정표시장치) 장비업체인 이 회사는 상장 첫해인 지난해 1억원이 채 안되는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런 부진한 실적공시를 한 2월 초부터 공교롭게 이 회사의 주가는 폭등하기 시작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 지난달 12일 조회공시를 요구했지만 "신규사업 진출과 자금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평범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 회사는 지난달 26일에야 유전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2월 초 4640원이던 주가는 이미 2만2000원으로 뛴 상태다.
기업은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 간 정보왜곡이 없고 기업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된다. 또 선의의 피해자도 막을 수 있다. '주가만 오르면 뭐든 상관없다'는 식의 감추기 행태가 결국 코스닥시장을 투기장으로 변질시킨다. "경영 내용을 쉬쉬하는 것은 뭔가 구린 게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김태완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
에스켐을 둘러싼 소프트포럼과 에스에프인베스트먼트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에스켐은 최근 황우석 박사의 후원자인 박병수 수암장학재단 이사장이 2대주주가 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시장의 관심은 에스켐에 과연 황우석 박사가 합류해 바이오 사업을 할지에 모아졌다. 그러나 책임있는 답변을 줘야 할 1대주주인 에스에프인베스트먼트나 관계사인 소프트포럼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소문만 무성해지면서 에스켐 주가는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럴 때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조회공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급등한 오엘케이의 경우를 보자. LCD(액정표시장치) 장비업체인 이 회사는 상장 첫해인 지난해 1억원이 채 안되는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런 부진한 실적공시를 한 2월 초부터 공교롭게 이 회사의 주가는 폭등하기 시작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 지난달 12일 조회공시를 요구했지만 "신규사업 진출과 자금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평범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 회사는 지난달 26일에야 유전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2월 초 4640원이던 주가는 이미 2만2000원으로 뛴 상태다.
기업은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 간 정보왜곡이 없고 기업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된다. 또 선의의 피해자도 막을 수 있다. '주가만 오르면 뭐든 상관없다'는 식의 감추기 행태가 결국 코스닥시장을 투기장으로 변질시킨다. "경영 내용을 쉬쉬하는 것은 뭔가 구린 게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김태완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