咸澤英 <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정치학 >

한·미 양국은 지난달 24일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전작권은 2012년 4월17일 한국군에 이양되고,연합사를 가칭 군사협조본부로 대체할 예정이다. 연합방위체제가 공동방위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1950년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한국군에 대한 '일체의 지휘권'을 이양했고 1954년 한·미 합의의사록에서 '작전통제권(작통권)'이 유엔사에 귀속된 지 반세기 이후,1978년 신설 연합사가 유엔사로부터 작통권을 이관받은 지 거의 30년 만의 일이다.

작통권은 5·16 이후 조금씩 한국군에 이양돼 왔다. 작통권 환수는 노태우정부의 선거공약이었으며,결국 1994년 '평시'작통권이 환수됐다. '전시'작통권 환수는 참여정부에서 추진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해외주둔군 재배치(GPR) 등 미국의 전략변화에 따라 안보불안이 조성되는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자주국방을 내걸었다. 결국 한·미 양국은 작년 10월 38차 안보협의회에서 2009년 10월15일~2012년 3월15일 사이에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독자적 방위능력 확보를 위해 2012년을 견지했다. 미국은 평택기지 이전(移轉) 목표연도인 2009년을 고집했으나,중간선거 이후 럼즈펠드 국방장관 경질에 따라 태도가 유연해졌다. 이는 기지 이전이 연기된 현실을 인정한 것이며,전작권 문제로 인한 불협화음 때문에 올해 한국의 대선(大選)에서 한·미동맹관계가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국도 미국 측이 꺼리는 '환수' 대신 '전환'이라는 용어에 합의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안보공백'과 '동맹약화'에 대한 우려가 '자주 대(對) 안보' 흑백논리의 공방으로 비화됐다. 물론 북핵 및 미사일 문제,미래동맹의 비전 등 주요 쟁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미간 신뢰는 매우 소중하다. 이 점에서 전작권 전환시기 합의가 원만히 이뤄진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전작권 합의는 2·13 북핵 합의와 함께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 양국에 공동이익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안보효율보다 상위개념인 자주(自主)라는 정치적 가치를 구현하고 유사시 원치 않는 미국의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사태를 예방하고자 한다. 전작권 전환에 따른 지휘관계,주한미군 및 유사시 증원전력 조정은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에도 부합한다. 사실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는 이미 1990년대 미국의 구상이었다.

전작권 전환은 안보의 약화가 아니라 '질적 발전'을 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연합사 체제는 통합군 체제의 효율성을 지녔지만 한국민의 의존심리를 지속시켰다. 앞으로도 한·미 두 나라는 공고한 정치·경제·이념적 '가치동맹'을 유지할 것이다. 한·미 협력 하에 우리가 스스로 안보를 책임진다는 자주의식이야말로 조직력과 더불어 '무형전력'을 구성하는 정신전력의 핵심이다.

북한의 군사력은 부도위기의 대기업처럼 일견 막강해 보여도 운영·유지조차 어렵다. 북한 GDP를 후하게 계산해도 우리 국방비를 넘지 못한다.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처할 '방어 충분성'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자랑은 '주체'의 정신전력과 핵무기이지만,북핵은 한·미 측에 대한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억지력이다. 따라서 한·미는 일차적으로 북핵위협을 억지하고 해결책은 정치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제는 소모적인 안보정쟁을 지양하고 한·미동맹을 새로운 비전과 공동가치를 구현하는 동맹으로 변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양국 간 신뢰의 축적이 필요하다. 작전계획,미군 증원전력,유사시 '북한관리' 방안에 합의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로서 독자적 전략,작전기획능력 및 군 정예화를 위한 국방개혁이 요망된다. 한·미 협력 하에 적정수준의 첨단 정보화전력(C4ISR)을 구비하되,또 다른 남북 비대칭 군비경쟁을 촉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셋째 평화체제의 제도화다.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의 축적,군비통제의 실현,한반도 평화에 대한 주변국들의 다자보장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