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3·1절 기념식 연설의 수위를 확 낮췄다.

지금까지 일본 최고 지도자를 직접 겨냥해 과거사에 대한 태도 변화를 강도 높게 요구한 것과는 달리 올해는 '원론적 촉구'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1일 제88주년 3·1절 기념식 연설에서 일본을 향해 "역사적 진실을 존중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천을 하라"고 언급했다.

또 "역사교과서,일본군 위안부,야스쿠니 신사참배 같은 문제는 성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완곡하게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은 잘못된 역사를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양심과 국제사회에서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는 선례를 따라 성의를 다해주기를 바란다"며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자세와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를 직접 겨냥한 발언이 없었고 표현의 톤도 '외교적' 수사의 범위를 넘지 않은 원론적 수준을 유지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한·일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과 함께 아베 총리가 취임 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등 상황을 악화시키는 추가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