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이민자를 활용한 성장 전략(immigrant-driven strategy)'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동유럽 남미 등지에서 몰려든 값싼 노동력을 붐이 일고 있는 건설 현장으로 유도,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 13개국 경제권) 내 성장률 2위 국가로 벌떡 일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스페인이 유로존 신규 일자리(2002년 이후 500만개가량)의 절반을 창출할 정도로 경제가 부흥하고 있다며 스페인의 성공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 총리실 산하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 인구 4400만명 중 외국인은 430만명에 달한다.

이 중 360만명이 최근 10년 사이에 스페인에 온 이민자들이다.

작년 한 해에만 60만명이 스페인으로 이민왔다.

이민자의 3분의 1가량은 스페인어를 쓰는 남미에서 왔으며 동유럽 러시아 북아프리카에서도 이민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민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스페인 정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이주 노동자들에게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2005년 불법 이민자들에게 6개월간 합법적 지위를 얻도록 사면조치를 취하면서 6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출산율이 낮아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활용하려한 측면도 있고 다양한 민족구성을 지닌 역사적 경험이 있어 무리 없이 이민자를 늘릴 수 있었다.

이렇게 늘어난 이민자들은 스페인 경제부흥의 초석이 되고 있다.

최근의 스페인 경제성장은 건설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작년 스페인 건설업체들은 유럽연합(EU)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총 80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은 이런 건설 경기 붐을 더욱 확대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점차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이민자들도 늘어나면서 이들의 소비지출도 경기 활성화에 직접적 도움을 주고 있다.

스페인은 10년 전만 해도 실업률이 20%대에 달해 유럽에서도 경제 문제가 심각한 나라였다.

그러나 이민자 성장 전략이 효과를 낳으면서 최근 5년간 연평균 3.1%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는 3.9%의 성장률로 프랑스에 이어 유로존 내 성장률 2위에 올랐다.

만성적인 높은 실업률도 지난해에는 28년 만에 최저치인 8.3%까지 떨어졌다.

스페인 증시도 작년 31% 올라 18개 서유럽 증시 중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로써 최근 6년간 유로존 경제성장의 21%를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리실 경제정책 수석 자문역인 미구엘 세바스찬은 작년 11월 보고서에서 "이민 노동자들의 기여가 없었다면 스페인 경제성장률은 최근 5년간 2% 이하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