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장관급회담 사흘째인 1일 남북은 핵심 쟁점인 인도적 지원의 시기와 규모를 놓고 본격적인 접점 찾기에 나섰다.

남북은 이산가족상봉을 최대한 빨리 재개한다는 데 동의했으나 2일 발표하게될 공동보도문에 쌀 차관과 비료 지원 문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북측 대표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에게 쌀과 비료 지원의 시기와 양을 공동보도문에 못박지 못한다면 입장 표명이라도 해달라고 재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 측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해 지난달 13일 북핵 6자회담의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지를 확인해야 본격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득하며 맞섰다.

이행 기한은 4월13일까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남북 장관급회담은 사실상 6자회담 합의사항의 이행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회담"이라며 "정부는 북한의 2·13합의 이행에 맞춰 지원시기를 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달 중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우리는 4월 중 이산가족상봉부터 실시한 후 경추위를 열자고 뜸을 들이고 철도 연결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정부는 수해 복구용으로 지난해 약속한 물자 중 쌀 1만t 등 남은 물량과 봄철 비료 일부를 서둘러 보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10월 추수 후 군대에 10개월치 식량을 배급했으나 양이 적어 실제로는 4월이면 바닥날 전망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우리 대표단은 이날 오후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예방했다.

쌀과 비료가 준비돼 있으나 지원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북측이 2·13합의를 조속히 이행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설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창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평양 고려호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남측 수석대표가 교체되면 관례적으로 김 상임위원장을 만나왔다"고 말했으나 꼭 그렇지는 않았다.

박재규(2000년 8월 2차),정세현(2002년 10월 8차)당시 통일부 장관은 예방을 했고 정동영(2005년 9월 16차),이종석(2006년 4월 18차)당시 장관은 하지 않았다.

평양=공동취재단·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